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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흐르지 않는 1초’ 만든 타임키퍼는 16세 소녀
[헤럴드경제=박혜림 인턴기자]2012 런던올림픽에서 펜싱 여자 에페 신아람을 무릎꿇린 ‘흐르지 않는 1초’를 만든 타임키퍼가 16세의 자원봉사 소녀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타임키퍼는 심판의 ‘알레(시작)’ 신호에 맞춰 시계가 다시 작동되도록 조작하는 진행요원이다.

지난 30일(현지시각) 영국 엑셀 런던 사우스 아레나에서 열린 펜싱 여자 에페 개인전 준결승에서 연장전 1초를 남기고 신아람의 승리가 확정된 상황, 하지만 신아람은 1초간 무려 네 번의 공격을 받으며 끝내 패하고 말았다.

이같은 일이 가능했던 것은 네 번의 공격이 이뤄지는 동안 1초를 훌쩍 넘긴 긴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타임키퍼가 ‘알트(멈춰)’를 외치지 않았기 때문.

하지만 이에 대한 책임을 일방적으로 타임키퍼에게만 전가할 수는 없다.

이날 경기에서 한국 팀은 멈춘 시간에 대해 강력히 문제를 제기했지만 경기의 기술위원회(테크니컬 디렉터, DT)는 한국의 항의에 “국제펜싱연맹(FIE)의 테크니컬 규정(t.32.1과 t.32.3)에 따르면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 결정할 권한은 심판에게 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FIE는 이 조항에서 “시계에 문제가 있거나 타임키퍼가 실수했을 경우 심판은 직접 얼마나 시간이 남았는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규정해 놓고 있다. 이 조항은 곧 시계가 1초에 멈춰 있는 동안 심판이 자신의 판단에 따라 수십 번이고 공격의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더 큰 문제는 심판이 시계에 문제가 있는지를 판단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심판은 일반적으로 피스트를 바라보며 전광판에 표시되는 시계를 보고 경기를 진행한다. 하지만 빠른 공격이 오가는 긴박한 상황에서는 자칫 시간의 흐름을 놓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에는 타임키퍼가 이를 지적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FIE 규정(t.32.2)에서도 ‘시계가 전자판독기와 자동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은 경기에서 시간이 만료되면 타임키퍼는 큰 소리로 알트(멈춰)를 외쳐야 한다’며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 중요한 역할을 소화해야 하는 타임키퍼의 자격조건에 대해서는 그 어떤 규정도 마련돼 있지 않다.

김창곤 FIE 심판위원은 “경기를 마치고 타임키퍼가 누구인지 보니 16세 소녀더라”면서 “큰 일이 벌어진 것을 보고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데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결국 허술한 펜싱경기 규정과 부실한 운영 덕분에 신아람은 4년간의 꿈을 한 순간에 날려버려야 했다.

mne1989@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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