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의 1차 관문 ‘컷오프’ 결과가 공개됐지만 민주당 경선 과정은 오히려 더 깊은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분위기다. 지지율 1위 문재인 후보는 ‘대세론 확인’을 기대했지만, 박준영 전남지사의 컷오프 통과로 오히려 호남에서의 ‘친노 한계론’만을 확인했다는 관측이다.

민주당은 31일 새벽 예비경선(컷오프) 결과를 발표했다. 손학규ㆍ문재인ㆍ박준영ㆍ김두관ㆍ정세균 후보(기호순) 5명이 컷오프를 통과해 향후 당내 경선을 치르게 됐다. 조경태ㆍ김영환ㆍ김정길 후보는 탈락했다.

민주당은 본 경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후보들의 순위와 득표율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31일 오전, 손학규 후보와 김두관 후보가 서로 ‘내가 2위’라 주장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빚어지고 있다.

‘컷오프’로 의외의 일격을 당한 후보는 문 후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문 후보가 대권 도전 이후 지금까지 보여온 꾸준한 ‘호남구애’가, 박 지사의 컷오프 통과로 결국은 실패한 기획이 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문 후보는 출마 선언 이후 첫 전국 투어 일정을 광주ㆍ전남으로 잡고 ‘호남의 사랑을 받고 싶다’는 발언도 수십차례했다. 대놓고 ‘호남구애’에 나섰던 것이다. 그러나 문 후보는 박 지사의 컷오프 통과로 ‘호남 소외’ 정서의 실체와 직접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특히 최근 안철수 교수가 사실상 대권 출마 행보를 이어가면서 문 후보의 지지율이 급락하는 것은 문 후보 캠프의 최대 악재다. 안 교수가 자신의 저서 ‘안철수의 생각’을 출간한 이후 문 후보의 지지율은 한 자리대로 떨어졌다. 김두관 후보는 지난 30일 또다시 ‘문재인 필패론’을 꺼내들며 문 후보를 공격했다.

한편 문 후보를 궁지로 모는데 성공한 박준영 지사의 몸값은 높아질 전망이다. 호남 지지를 얻기 위해선 박 지사의 협조가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호남 출신의 박준영 지사가 경선 과정에서 어떤 후보와 연대, 지지 선언을 하는지가 호남 표심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홍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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