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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의 한국기업 ‘양궁 DNA’ 에 답있다
女양궁 단체전 올림픽 7연패 … 기업들에 달리 보이는 까닭은
절대강자 한국 끝없는 견제 대상
추격 심할수록 더강하게 정신무장
압박도 즐기는 과학적연습법 효과

현대차·삼성 등 글로벌 기업도
경제민주화·견제 안팎 이중고
창조적 마켓이노베이터 변신해야



세상 모든 일은 허투루 일어나는 법이 없다.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사물의 위치 하나도 세상살이에 영항을 끼치는 법인데, 하물며 사람이 하는 일이야 중언할 이유가 있을까.

한국 여자양궁대표팀이 30일 런던 올림픽 단체전에서 올림픽 7연패를 달성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열린 7번의 단체전에서 계속 금을 땄다는 것은 놀랄 만한 업적이다. ‘한국 사람은 활을 잘 쏘니까’ 당연하다는 시각이 있을 수 있지만, 1등을 사수해야 한다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이기고 이룬 쾌거이기에 더욱 값지다.

양궁 여자단체전의 업적은 허투루 일어난 게 아니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팍팍하고 고단한 삶에 허덕이고 있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필연적 승리다.

여자 양궁의 쾌거를 바라보는 재계의 시각은 더욱 남다르다. 안에선 경제민주화란 이름으로, 밖에선 글로벌 견제에 시달리고 있는 기업으로선 양궁이 주는 교훈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 한국 여자 양궁의 대기록에서 경영의 해답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왜 그럴까.

양궁 여자단체전의 7연패 업적 속엔 세계 톱플레이어로 매진하고 있는 한국 대기업, 막힌 글로벌 시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일부 기업에 알맹이가 꽉 찬 힌트를 주기 때문이다.

10대 그룹 임원은 “삼성전자ㆍ현대자동차 등 글로벌 톱티어로 이미 올라섰거나, 올라서려는 기업은 이제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에서 마켓 이노베이터(Market Innovator)로 전환해야 할 때”라면서 “한국 양궁의 DNA에 바로 정답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 양궁은 언제나 견제를 받았다. 언제나 ‘톱티어’였지만, 후발주자들의 끊임없는 추격을 받았다. 서울 올림픽 이후 ‘양궁=한국’ 공식을 깨뜨리기 위해 올림픽위원회는 계속 룰(rule)를 바꿨고, 은연중에 다소 불리한 여건을 만들기도 했다.

그렇지만 양궁 태극전사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더 정신을 차렸고, 피땀을 흘렸으며, 특히 과학적인 연습 프로그램을 소화했다. 한국 여자 양궁 7연패 위업의 저력은 ▷압박을 즐겼고 ▷혹독히 담금질했고 ▷현지화에 올인한 것이 바탕이 됐다는 평가다.

여자 양궁 에이스인 기보배 선수의 마지막 한 발, 가슴 떨리던 상황. 9점을 쏘면 이기고 8점을 쏘면 연장에 가야 하는 죽을 것 같은 긴장의 순간. 기 선수는 나중에 인터뷰에서 “전혀 떨리지 않았다”고 했다. 평소 수천 번, 수만 번의 연습이 대범한 가슴을 만들어줬을까. 기업 경영 측면에서 보면 선두기업이든 후발기업이든 언제나 대위기는 있는 법인데, 평소 준비된 시나리오 경영을 통해 대내외 압박변수를 대범하고 과감하게 돌파할 필요가 있다는 시사점을 준다.

우리 선수들은 또 1위를 지키기 위해 눈물나도록 스스로를 혹독하게 담금질했다. 해병대 훈련은 물론 공동묘지에서 담력을 키웠고, 야구장에서 소음을 극복하는 훈련도 했다. 1등의 자질과 재능 외에 창조적 훈련법을 실천한 것이다. 한국의 글로벌 톱플레이어들이 1등 분야를 수성(守成)하기 위해선 ‘창조 경영’에 매진해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여자 양궁팀은 ‘우물안 개구리’가 아니었다. 영국 날씨가 변화무쌍하다는 것을 미리 알고 악천후 속에서도 과녁을 명중시키는 기술을 익혔다. 특히 런던 로즈크리켓 그라운드의 과녁이 있는 부근에 자주 돌풍이 분다는 점을 파악,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지에 경영이 있다’는 기업 경영의 진리와 닮은꼴이다. 현지를 모르고 덤볐다가 좌절을 겪는 일부 기업들에는 절실한 반면교사가 아닐 수 없다.

강한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한국 양궁은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의 훈련과 연습을 했다”며 “기업 측면에서 요즘처럼 경제가 불투명한 상황이면 연습을 통해 경영 효율을 높이기는 어렵지만, 머릿속으로 (특정 상황에 대비한) 시나리오를 그려보는 ‘사고 실험’(일종의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위기에 대비하고 극복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했다.

아무튼 창조형 플레이, 담금질된 플레이, 대범한 플레이를 통해 한국 여자 양궁은 국민에게 희망을 줬을 뿐 아니라 경영인에게도 ‘모범답안’을 선물했다. 그래서 태극낭자들이 더욱 보배처럼 빛날 수밖에 없다.

<김영상ㆍ홍성원 기자>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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