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잡는 ‘□의 공포’= 밀과 옥수수 국제가격이 최근 급등세를 보여 이들 곡물을 거의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먹거리 물가가 휘청거릴까 우려되고 있다.29일 국제금융센터 집계에 따르면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의 옥수수 선물 가격은 지난 26일 부셸당 7.81달러로 작년 7월29일의 6.65달러보다 17.4% 올랐다.최근 1년중 저점인 지난 6월1일(부셸당 5.51달러)에 비하면 41.7%나 오른 것이다. 소맥 가격은 현재 부셸당 8.84달러로 작년 7월29일의 6.72달러보다 31.5% 급등했고 1년 최저점인 작년 12월9일의 5.73달러보다는 54.2%나 뛰었다.밀과 옥수수의 국내 자급률은 2% 안팎에 불과해 국제가격 급등은 국내 식품과 사료 물가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정부 당국자는 “2008년 애그플레이션이 닥쳤을 때보다 이번에는 곡물가격의 고공행진이 오래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며 내년에도 가격 급등세가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제가 지난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최악의 부진을 겪을 것이란 인식이 확산되면서 이른바 ‘R(Recessionㆍ경기후퇴)의 공포’는 이미 사회 전반을 위기감으로 몰아넣고 있다. 미국ㆍ중국ㆍ유럽 등 세계 3대 경제축의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되면서 이에 대한 여파로 우리나라 수출 악화가 불가피해지면서 내수 침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하반기 경제상황도 밝지못해 한국의 올 경제성장률이 2%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L의 공포(L자형 장기불황)’가 확산되는 것도 정부를 괴롭게 만들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성장률은 1분기에 비해 반 토막이 나며 경기가 애초 전망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많은 국책ㆍ민간 연구기관들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 이하로 낮추는 방안에 대해 고민 중이다.
‘D의 공포’도 정부의 간담을 서늘케 하고 있다. 세계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려던 차에 다시 꺾이는 더블딥(Double Dip)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나 국내 자산가격 하락으로 부채상황이 더욱 힘들어지는 디플레이션(Deflation)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 이에 해당된다.
이에 정부는 대외 여건 악화에 따른 일정 정도의 수출 약세는 감수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지나친 소비ㆍ투자 심리 위축이 심각한 내수 부진으로의 전이는 총력을 다해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남은건 ‘P의 공포’= 정부는 정치리스크가 야기하는 경제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하는 ‘P(Politicsㆍ정치)의 공포’ 상황을 더욱 걱정하고 있다. 벌써부터 12월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 성장과 복지정책 등을 둘러싼 논란에 휩싸이면서 정책이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표류하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또 내수 확대를 위한 재정확대, 인프라 투자, 복지증대, 소득격차 해소 등이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지만 확실한 방향 결정이 선거 이후로 미뤄지는 등 정책의 비효율성을 감수해야 한다. 선거 시즌의 특성상 기업들이 투자를 유보하는 일에 대해서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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