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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긋난 사랑의 관계 지켜내는 법
사랑의 관계가 만들어 내는 미묘한 긴장의 파장과 울림을 예민하게 포착해 내는 소설가 전경린이 사랑을 다시 들고 왔다. 장편소설 ‘최소한의 사랑’(웅진지식하우스)은 사랑이 가볍게 무너져 내리는 시대, 사랑이란 무엇인가 새삼스레 되묻는다.

주인공 희수에게는 2년째 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는 남편이 있다. 집으로 돌아온 남편의 셔츠는 어김없이 날카로운 가위로 자른 듯 단추 하나가 떨어져 있다. 남편은 희수에게 단지 단추를 달아 달라고만 한다. 희수는 꿰매 달 용기도, 그렇다고 잘라버리지도 못하고 엉거주춤한 채다. 단추가 떨어져 나간 옷은 그렇게 쌓여간다. 희수의 열여섯 살 딸은 고모가 있는 호주로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궁리만 한다.

희수에겐 또 하나의 떨어진 단추 같은 존재가 있다. 요양원에서 죽을 날만 기다리는 기억이 오락가락하는 새엄마다. 요양원을 찾은 날 새엄마는 희수의 팔을 붙잡고, 유란이를 찾아달라고 부탁한다. 어린 시절 오빠와 희수는 일곱살 난 유란을 길에 버렸다.

뭔가 어긋난 가족의 모습은 단추 하나 떨어진 옷처럼 참으로 어설프다. 단추 하나쯤이야 하지만 단추 하나 없는 옷은 체면을 구길 뿐만 아니라 불안하다. 단추 하나 다는 일 역시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실과 바늘이 담긴 반짇고리가 필요하다. 작가는 사랑과 신뢰를 바탕 삼아야 할 가족의 불안을 떨어진 단추에 비유한다.

비단 가족만이 아니다. ”가장 최소한의 것들을 지키지 못해 세상엔 이토록 많은 고통과 상처가 난마처럼 얽히는 것이다”고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털어놨다. 그는 독일 베를린 과거 접경지대에서 몇 년 동안 살면서 이 소설을 쓰게 됐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거기서 소설의 모티브를 얻었다.

“최소한의 사랑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미니멀 러브다.” 사랑은 그렇게 거창하지 않고 순정한 마음이라는 말이겠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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