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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억은 절반의 맛이다’외 신간 다이제스트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가족기담(유광수 지음/웅진지식하우스)=효성스러운 아들, 절개를 지키는 열녀, 지엄한 남편과 정숙한 부인은 옛 이야기의 고정 레퍼토리다. 당연하게 여겨졌던 가족의 모습은 다른 측면에서 보면 부도덕하고 파렴치하며 공포스럽다. 저자는 우리 고전소설과 설화, 외국의 이야기 등에 나타난 가족 이야기를 파헤치며 일그러진 모습을 보여준다. 가령 ‘장화홍련전’의 진짜 문제 인간은 계모 허 씨가 아니라 장화 홍련의 아버지 배좌수다. 전처의 재산으로 먹고산다는 말로 부채질만 한다. 늙은 노모 대신 아이를 생매장하려 한 ‘삼국유사’ 손순의 이야기로, 왕은 손순의 효심을 칭찬했다. 피할 수 없는 두려운 현실, 속으로 품은 가족의 신음과 한숨, 통곡이 이야기 속에 들어 있다.

▶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정재승 지음/어크로스)=대중적인 과학 글쓰기로 잘 알려진 정재승의 첫 저서로 10년 만에 개정판이 나왔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과학을 영화를 즐기듯 흥미로운 대상으로 바꿔놓은 교양과학 서적 붐을 일으킨 화제작이다. 영화 ‘할로우 맨’의 사라지기는 내가 사라지면 상대방도 볼 수 없으며, ‘스타워즈’의 광선 검은 서로 통과하는 빛의 성질로 아무리 휘둘러도 소용이 없다는 사실 등 과학적 오류를 하나하나 지적해 나간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원작으로 한 ‘콘택트’가 담고 있는 외계인과 시간의 상대성, ‘아마겟돈’의 행성 충돌 시나리오 등 과학적 지식뿐만 아니라 보여주기란 영화적 고민을 함께 읽어낼 수 있다.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박찬일 지음/푸른숲)=고소한 빵 굽는 내음과 진한 커피는 발자크의 소설을 생각나게 한다. 맛과 내음은 삶의 질료이자 문화의 저장고이다. 글 쓰는 요리사로 알려진 박찬일 셰프는 프루스트의 주인공이 마들렌을 통해 어린 시절로 들어가는 것처럼 음식을 통해 삶의 여러 시기를 오간다. 유년 시절, 친척집 앞 계곡물에 찰랑찰랑 푸르게 떠 있던 참외, 머리가 복잡할 때 먹으러 가는 중국집 짜장면, 으슬으슬 인생이 추워질 때 떠오르는 아버지의 닭백숙 등 음식은 아련한 어느 한 시기로 밀고 간다. 소설 ‘서울, 1964년 겨울’을 통해 어느 선술집에서 먹었던 참새머리, 김훈의 ‘남한산성’과 선짓국, 움베르토 에코와 연어 맛있게 먹는 법 등 책과 음식 이야기도 흥미롭다.
 

▶불온한 생태학(이브 코셰 지음, 배영란 옮김/사계절)=남태평양의 아름다운 섬나라 투발루는 국토 전체가 바닷물에 잠기며 삶의 터전이 붕괴되고 있다. 무분별한 자원 이용과 파괴에 대한 자연의 복수 앞에서 지속 가능 성장이란 얘기는 너무 안이하다는 게 이브 코셰의 경고다. 변화가 아니면 죽음이란 다급한 목소리다. 프랑스 녹색당 출신으로 환경부 장관을 역임한 저자는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ㆍ생각ㆍ행동 하나하나까지 바꿔나가는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변화를 제시한다. 각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겉도는 세계 환경 정책에 대한 따가운 비판, 철학적ㆍ경제학적으로 환경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룬 시각 등은 다른 환경서와 차별점이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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