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10년만에 메이저 왕관 … ‘황태자’ 어니 엘스의 부활
디오픈 극적인 역전우승

자연스러운 스윙·특유의 승부근성으로 우승컵 품에 안아



“내가 우승하리라곤 아무도 예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 역시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황태자’는 아직 죽지 않았다. 2000년대 중반까지 세계 골프계의 빅스타로 군림했던 어니 엘스(43ㆍ남아공)가 다시 세계 정상에 올라섰다. 엘스는 23일(한국시간) 랭커셔의 로열 리댐 앤 세인트앤스 코스에서 열린 제141회 디 오픈골프대회에서 선두를 달리던 애덤 스콧(호주)을 상대로 극적인 역전우승을 차지했다. 최종스코어 7언더파로 스콧과 1타차였다. ▶관련기사 30면

엘스는 191㎝에 100㎏의 거구이면서도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스윙폼을 가져 ‘빅 이지(Big Easy)’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엘스는 90년대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타이거 우즈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강자다. 94년과 97년 US오픈, 2002년 디오픈 등 8년간 3차례나 메이저 타이틀을 차지했고, 97년에는 한창 세계골프계를 강타했던 우즈를 제치고 세계랭킹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2004년 3승을 거둔 이후에는 세계랭킹 1위나 상금왕 등을 다투는 경쟁에서 밀려나기 시작했다. 올해 마스터스에는 출전자격(세계랭킹 50위이내)을 충족시키지 못해 연속 출전기록을 18년에서 마감했다. 

40대 중반을 향해가는 나이와 치고 올라오는 세계적인 선수들의 경쟁에서 엘스가 살아남기는 점점 버거워 보였다. 엘스가 서서히 노장소리를 들으며, 우승권에서 멀어지고 있던 그 시기에 남아공의 영스타 루이스 우스튀젠, 찰 슈워철 등이 등장한 것은 공교롭다.

2010년 디 오픈 챔피언 슈워철, 2011년 마스터스 챔피언 우스튀젠은 어린 시절 어니 엘스로부터 골프를 배웠고, 그를 멘토로 삼고 있는 애제자들이다. 닉 프라이스에 이어 남아공 골프를 상징하던 엘스가 이제 자신의 후계자들을 길러 전장으로 내보내는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엘스는 묵묵히 1인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전장(戰場)에서 스윙을 했고,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될 자격이 있음을 스스로 입증했다. 이런 엘스의 승부근성은 필 미켈슨의 무기력한 모습과 대비 된다. 우즈가 2년간 암흑기를 헤맬 때 세계 랭킹 2위에 있으면서 단 한번도 1위 자리에 오르지 못한 미켈슨은, 유독 약했던 디 오픈에서 컷오프되며 ‘2% 부족한 백인의 우상’에 그쳤다. 반대로 10년 메이저 무관의 수렁에서 빠져 나와 다시 포효하는 어니 엘스의 부활은 골프팬들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다. 


<김성진 기자>
/withyj2@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