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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北의 이영호 숙청, 개방·개혁 신호탄?
최근 평양으로부터 전해지고 있는 잇단 뉴스들은 매우 혼란스럽다. 이영호 총참모장의 전격해임에 뒤이은 일련의 군ㆍ당ㆍ정 연쇄적 인사개편이 단행되면서 외부세계는 그 정치적 함축을 분석하는 데 분주하다. 우리로서는 이 같은 급진적 사태가 어떤 변화를 몰고 올 것인지 집중력과 정보력을 총동원할 때다. 핵심은 역시 권력이양기의 불가피한 권력투쟁의 한 과정이냐, 아니면 보다 광범위한 국가노선 변화의 한 상징이냐에 집중된다.

전자든 후자든 북한 내부의 큰 변화를 예고한다는 점에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김정일에 비해 초기 권력기반이 취약한 김정은으로서는 지도자 교체를 넘어 새 국가지도부 구성을 지향하는 과정이 불가피할 것이다. 이 점에서 이영호의 해임과 김정은의 원수 추대는 완결이 아니라 새 지도부 안착을 위한 권력투쟁의 시작일 수도 있다. 이 같은 권력변화가 노선변화로 이어지거나 병행해 이뤄질 가능성이 짙다는 분석도 눈길을 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대북소식통의 말을 인용, “이영호 숙청은 북한의 중대한 경제개혁을 예고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군 주도의 경제권한을 당 주도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김정은식 새 통치 스타일 또는 정책노선으로의 변화나 전환 가능성은 최근 그의 민생과 경제에 관련한 언급과 행보에서도 잘 나타난다. 지난 4월 김일성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서 김정은은 “다시는 인민의 허리띠를 졸라매게 하지 않겠다”고 했고 “총알보다 쌀알이 더 소중하다”고도 했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덩샤오핑(鄧小平) 개혁ㆍ개방의 상징적 농촌개혁 모델인 장쑤(江蘇)성 화시(華西)촌에 대규모 시찰단과 민간 연수생 등을 파견한 점이다. 자본주의적 인센티브를 도입해 전통 농촌을 거대 산업도시로 탈바꿈시킨 화시촌이 북한의 관심권 내로 진입한 것은 그 자체로 흥미롭다.

30여개국에 무역대표부를 설치하고 투자 유치에 열을 올리거나, 군부가 주도해온 외화벌이와 자원개발사업을 내각으로 일원화하는 등의 움직임도 경제중시정책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선군(先軍)에서 선경(先經)으로 기본 노선을 바꾸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을 내놓지만 북한 군부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닐 것이다. 다만 바깥 기대대로 김정은의 경제와 민생에 대한 관심 증대만으로도 북한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외부의 지원과 지지를 획득할 수 있다. 실제로 북한이 인민들의 허리띠를 늦추게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은 개혁ㆍ개방뿐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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