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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 - 김보연> 한국영화, 관객의 마음을 훔치다
다양한 소재·관객 연령대 확장 성공
상반기 흥행 톱10 중 7편이 한국영화
벌써 4400만명…관객 신뢰는 회복
메이저 중심 시스템 개선 지금이 적기



1000만명이 늘었다. 2012년 상반기 한국영화의 관객이 전년 대비 34.6%나 증가하여 4400만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흥행에 성공한 영화의 면면을 살펴보면 더욱 흥미롭다. ‘범죄와의 전쟁’ ‘내 아내의 모든 것’ ‘건축학개론’ ‘댄싱퀸’ ‘부러진 화살’ ‘화차’ ‘후궁’ 등 가볍지 않은 소재였음에도 관객의 공감을 얻는 데 성공했다.

지난 수년간 한국영화산업은 위기설에 사로잡혔다. 한국영화 점유율이 63.8%까지 치솟고 연간 한국영화 관객 수가 9787만명이라는 정점을 기록했던 2006년 이후 한국영화 점유율은 급격히 내려앉아 50%를 넘기기 어려웠다. 평균수익률은 -43%까지 떨어졌고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가 10편 중 1편에 불과했다. 영화현장을 떠나 방송, 게임 쪽으로 빠져나가는 인력이 부지기수였으며, 제작에 투자되는 자금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획일적인 기획과 관객의 기대수준에 못 미치는 완성도가 이유였다. 영화계는 살아남기 위해 더욱 다양한 소재를 개발하고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를 만들어내야 했다. 또 제작비 누수를 줄이기 위해 촬영계획을 꼼꼼하게 점검했다. 절치부심한 결과는 지난해부터 시장의 긍정적 반응으로 나타났다. 관객점유율이 50%를 넘어섰고, 평균수익률도 -4.6%까지 개선되었다. 그리고 지난 상반기, 한국영화는 흥행 톱10에 7편을 올려놓으며 화려하게 복귀했다.

원인은 여러 가지로 분석된다. 먼저, 작품 자체의 흡인력이다. 이는 어려운 시기를 견뎌온 한국영화인들의 창작적 성취라 할 수 있다. 흥행에 성공한 한국영화들이 모두 다른 소재의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둘째, 관객 연령대의 확장이다. 올 상반기 메이저 멀티플렉스 3사의 연령대별 예매율 조사 결과는 20대 36.2%, 30대 31.8%, 40대 21.1%, 50대 9.0%였다. 40대 관객이 10%에도 미치지 못했던 5년 전과 비교하면 중장년층이 크게 늘었다. 특히 지난 상반기는 이들을 대상으로 기획된 영화가 흥행에 성공했다. 이는 20대 초중반 여성에 치우쳤던 영화 기획이 30~40대를 타깃으로 확장되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렇다면 한국영화계는 위기를 극복했는가? 한국영화는 관객의 신뢰를 회복했지만 산업내부 구조는 여전히 불안하다. 창작자 및 제작참여 스태프의 처우, 중소제작사와 제작서비스사들의 영세성, 메이저 대기업에 집중된 투자 자본 구조, 공정거래 환경 이슈, 제작 및 배급 합리화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무수히 많다.

고무적인 것은 한국영화산업에 대한 긍정적 통계지표가 쏟아져 나오는 지금, 합리적 산업구조 마련을 위해 기업, 직능단체의 대표들이 모여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6일 26명의 영화산업계 대표들은 ‘한국영화 동반성장 이행협약’을 선포했다. 지난 9개월 동안 논의한 12개 우선 과제를 실천하자는 의지 표명이었다. 과제가 당장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영화산업계가 내부의 문제를 자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상시적 체제를 갖추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부디 2006년 정점을 찍고 나서 곧바로 위기에 직면했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차근차근 시스템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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