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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진표, 레이서? MC? 이것 봐 가수 맞잖아! (인터뷰)
가수 김진표가 정규 6집 ‘JP6’를 들고 가요계에 돌아왔다. 늘 그렇듯 그는 모든 음반 작업에 참여했다. 한 가지 다른 점은 오롯이 ‘김진표 만의 것’은 아니다. 전체 프로듀싱의 역할은 변함없으나, 라이머가 공동 프로듀싱을 맡았다. 그래서 이번 음반은 김진표스러우면서도, 어딘가 새롭다.

“기획은 2년 전부터 했어요.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 초까지는 정말 아무것도 안하고 음반 작업만 했죠. 만족도는 굉장히 큽니다. 의도한 바는 없는데 주위 분들이 ‘변했다, 유해졌다’고들 해주시더라고요. 아무래도 나이도 들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역시 달라졌고요. 또 아빠가 됐잖아요. 많은 것들이 변했죠(웃음)”

4년 만에 11곡으로 꽉꽉 채워진 정규 음반으로 돌아온 김진표. 한 번 들어볼까.

◆ 미안해서 미안해

♬ 혹시 내가 널 아프게 한다 해도, 제발 나를 떠나지만 마요. 소리치며 화를 내도 진심 아니에요. 제발 나를 떠나지만 마요

오래 만난 연인이 있는, 혹은 있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법한 가사다. 미안하다는 말조차 미안한 상황, 헤어짐을 결심한 여자에게 손을 내미는 남자의 절박함을 담고 있다.

김진표의 정규 6집의 타이틀곡. 총 11곡 중 솔로 여가수 지나가 피처링에 참여한 ‘미안해서 미안해’가 타이틀 넘버로 결정됐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이 곡을 타이틀로 정하고 작업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 이는 김진표가 음반을 구성하는 스타일이기도 하다. ‘철저하게’ 아무도 모르게 진행한다. 특히 회사 식구들에게 조차 완성되기 전까지 공개하지 않는다.

“음반을 작업할 때 마스터링이 끝날 때까지 어떤 곡이 타이틀로 정해질지는 아무도 몰라요. 작업은 회사가 저에게 맡기는 식이죠. 그리고 모든 곡 작업이 끝난 후에 타이틀곡을 정할 때는 제가 회사에 맡깁니다. 저를 믿고 진행을 맡긴 만큼 저도 회사의 의견을 믿는거죠”

그래도 만드는 과정에서 더 애착이 가는 곡이 있었을 테고, ‘이 곡을 타이틀로 했으면 좋겠는데...’하는 마음이 들기 마련인데.

“좋게 말하면 모든 곡을 타이틀곡이라고 생각하고 집중하고 작업을 하는 거죠. 그리고 오히려 타이틀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을 하는 것이 좋아요. 열러 있는 구조에서 음반 작업에 들어가거든요. 어떤 한 곡만 예뻐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 다 애정을 쏟죠”

김진표의 6집. 사실 이전 음반과는 색을 달리한다. 아니, 어찌 보면 색이 없는 무채색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듯하다. 가사를 조용히 곱씹으면, 가슴이 뭉클하고 ‘뜨끔’하기도 하다. 또 과거 어느 날을 떠올리게도 한다. 가사에 있어서는 김진표 만의 색이 뚜렷하다. 다만, 가사에 입혀진 멜로디가 굉장히 따뜻하고 발랄하며 유쾌하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대중적인 코드가 강해 다가가기 편하다. 마치 김진표의 음악을 늘 들어왔던 것처럼, 거부감이 없다.

“공동 작업을 한 라이머의 영향이 크죠. 라이머가 이끄는 작곡가 팀이 워낙 대중적인 곡의 작업을 한 팀이에요. 60곡 중에 선택을 했는데. 아마 600곡이 있었더라도 모두 대중적인 느낌이 들었을 거예요. 항상 하던 대로 작업을 했는데 바뀐 것이 있다면 멜로디죠. 사실 가사는 비슷해요(웃음)”



◆ 바람피기 좋은 날

♬ 나 오늘 제대로 사고를 쳤어. 아마 나 미쳤나봐. 아무도 모르게 너도 나도 쥐도 새도 모르게

김진표. 유부남 5년차. 제목에서 느껴지는 도발. 가사도 꽤나 도전적이다. 아무도 모르게, 특히 네가 모르게 하루만 솔로로 돌아가겠다는 남자의 설렘을 담고 있다.

한 여자의 남편, 두 아이의 아빠. 괜찮을까.

“노래는 노래일 뿐이잖아요. 와이프도 재미있다고 넘기던데요. 에이~ 그런 걸 일일이 신경 쓰면서 어떻게 노래를 만드나요(웃음)”

근데 이 노래, 가사는 도발적이고 응큼하지만 멜로디는 지나치게 귀엽다. 다분히 의도적인 것 같은데.

“상쇄시켜주는 부분이 있죠. 의도하기도 했어요. 귀여운 노래에 가사만큼은 귀엽지 않은, 이 곡의 키워드는 ‘설렘’이에요. 이 곡을 가장 처음 들었을 때 뭔가 설레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떠올렸죠. ‘뭐가 설렐까?’ 하고요. 생각을 하다가 ‘그래, 내가 여자친구 혹은 부인이 있는데 바람이 들어서 다른 여자를 만나러 간다면 굉장히 설레겠다’하고 상상을 한거죠(웃음)”

노래가 완성되는 과정을 들으니, 더 도발적인데. 그렇다면, 김진표에게 단 하루의 자유시간이 주어진다면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물음이 채 끝나기 전에 그는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하루 너무 짧은데?”라고 아쉬워한다. 그저 상상일 뿐인데도.

“하루, 아무도 없는 곳에 가고 싶어요(웃음) 어디든 여행을 가고 싶네요”

◆ 내 여자친구는 슈퍼스타

♬ 비밀인데 내 여자친구는 슈퍼스타

슈퍼스타인 여자친구를 둔 남자의 황홀함, 그리고 때로는 불안하기도 한 마음을 표현한 곡. 옆에 있는 것조차 믿기지 않는 여자친구를 향한 남자친구의 소중한 고백.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김진표와 부인, 그리고 아들이 나온 걸 본 적이 있다. 굉장히 행복해보였던 게 기억에 깊게 자리하고 있어서, 물었다. 정확히 어떤 프로그램인지 기억하고 있던 김진표는 “정말 좋다, 행복하다”고 웃는다.

부인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요? 라고 가볍게 던졌더니, 한참을 고민한다. 한참, 한참을 고민하며 ‘아..좋은 걸로 해줘야 하는데...’ 라더니 또 한동안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긴다. 쉽게 정의를 내릴 수 없는, 그게 바로 ‘부인’이라는 자리일 것이다.

“와이프의 내조는 최고예요. 늦게까지 음악 작업을 할 때나 가끔 있는 술 약속에도 잔소리를 하지 않아요. 믿고 이해해주죠. 정말 고마울 따름입니다. 사실 음반 작업을 할 때는 새벽에 늦게 들어오는 일이 태반이거든요. 물론 속으로 스트레스도 받을 거예요. 근데 내색하지 않는 스타일이에요. 5년차가 되니 서로를 많이 알게 된거죠. 제가 음악 작업을 할 때는 내버려둬야 한다는 걸 알고, 믿어주죠. 고마워요(웃음)”

부인의 김진표에 특화된 완벽한 내조, 그리고 두 자녀의 재롱이 김진표를 변하게 했다.

“변했죠. 음악적으로도 마찬가지고요. 사람 자체가 바뀌었어요. 수더분해졌죠. 세상에 대한 시점도 바뀌었고, 아이들과 같이 있으면 좋아요. 정말 온전히 좋아요” 



◆ 이를 닦았나

♬ 지금 내가 이를 닦았나, 차를 어디다 세웠더라? 성격은 좋은데 문제가 뭐든 잊어먹기 대가

현대인의 최대의 고민 중 하나인 건망증에 대한 이야기. 바쁜 출근시간 무언가를 급하게 찾은 기억이, 또 중요한 어떤 것을 빼놓고 나온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 100배.

그나저나 김진표, 자전적 이야기?

“매일 잊어먹고, 잃어버리는 와이프를 보면서 만든 곡입니다(웃음). 그럴 때마다 제가 굉장히 짜증을 내거든요. 마침 재미난 비트의 곡이 있어서 가사를 ‘건망증’에 대해 써보자고 해서 만든 노래예요. 이렇게 가볍게 흘릴 수 있는 것들을 아이템으로 정해서 쓰곤 하죠”

◆ 돌아갈 수 있다면

♬ 지난 날 지난 날 너와 함께였던, 날 한 번 만 한번 만 돌아갈 수 있다면 사랑해. 이젠 늦어버린 가슴 속 한마디. 돌릴 수만 있다면 돌아갈 수 있다면

이 곡의 키워드는 ‘후회’였을까. 사랑에 비겁했던 남자, 사랑하는 여자를 잡지 못한 그의 목소리. ‘지난날, 돌아갈 수 있다면’을 외치는 임창정이 반갑다.

누구나 ‘다시 돌아가면, 그러지 않았을 텐데...’라고 후회하는 순간이 있을 터.

“중학교 때로 돌아가고 싶어요. 사고도 많이 치고, 문제도 일으켰던 그 때. 반항이라기보다 그때는 그저 놀고 싶은 마음이 컸던 거죠. 지금 돌아간다면, 아마 능수능란하게 놀 수 있겠네요. 하하. 호기심이 굉장히 많은 성격이거든요. 무조건 직접 해봐야 직성이 풀리죠. 그래서 다치기도 했고요. 다시 돌아가면, 위험한건 하지 않겠죠?(웃음)”

두 아이의 아빠지만 환한 웃음을 지으니 개구쟁이 중학생의 모습이 묻어난다.

◆ 가지말걸 그랬어

♬ 가지말걸 그랬어. 가지 말았어야 했어. 너의 결혼식

옛 연인의 결혼식 소식을 듣고 찾아가려는 남자의 마음 속 여정을 담은 곡.

이 노래의 탄생은 조금은 특별하다. 내 경험, 주변 경험도 아닌 ‘위대한 개츠비’의 뮤지컬을 보고 써내려간 곡.

“가난한 남자가 사랑했던 여자의 결혼식에 가서 독백으로 ‘가지말걸 그랬어’ 그러더라고요. 그때 저 말을 가지고서 가사를 써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캐릭터를 조금 바꿔서요. 우리 나이또래의 남자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경험해봤을 거예요. 예전 여자친구의 결혼 소식, 농담 삼아 ‘가볼까?’하기도 하는데, 그걸 곡으로 풀어 본거죠. 한 남자가 전 여자친구의 결혼식에 가기까지를 담았어요”

보통 이렇게 뮤지컬, 영화, 드라마를 보고 곡에 대한 영감을 받는 경우가 잦은가.

“기본적으로 활자보다는 영상세대예요. 그러다보니 어떤 영상을 보고 영감을 얻을 때도 있죠. 이 곡처럼 한 번에 ‘탁’ 떠오를 때도 있지만, 억지로 끄집어내는 경우도 있고요”



◆ 어쩌라고

♬ 어쩌라고 어쩌라고 그래서 뭐 어쩌라고

이 곡은 가장 ‘김진표스럽다’고 표현해야 할까. 세상에 던지는 화두. 한때 화제가 됐던 한 도지사의 ‘119 사건’도 녹아있고.

“그 사건이 있고 바로 쓴 건 아니에요. 그냥 생각만 하고 있다가 쓴거죠. 유일하게 써놓고 모두 엎은 곡입니다. 처음에는 죄다 ‘욕’만 있더라고요. 시작은 그렇게 했지만 좀 더 생각해보니, ‘내가 왜 정치에 대한 관심이 없어졌을까?’ 의문이 들었어요. 그래서 거기에 초점을 맞추고 다시 시작했죠. 스스로에게 물어보니, ‘배신’이더라고요. 믿을 때마다 배신이 돌아오니까요. 이 곡에서 나이가 들었다는 생각이 확 느껴졌어요. 예전에는 바깥으로 화살을 마구 뿌렸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그 화살을 저에게 조준했죠. ‘정치에 관심이 없어진’ 저에게 말이에요. 좀 더 솔직히 말하면, 이 곡만이 파장이 되서 다른 곡이 피해를 입는 것도 싫었고, 논란의 중심이 되는 것도 피곤해졌어요”

김진표의 말대로 ‘어쩌라고’는 현실의 정치가 옳고, 그르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정치에 대한 믿음을 잃은 ‘나’에 대한 이야기다.

“지금이나 예전이나 저의 마인드에는 변함이 없어요. 화두를 던지는 역할이에요. 이 곡을 듣고 한 번쯤은 생각을 해보길 바라는 거예요. ‘난 이렇게 생각하는데, 넌 어때?’라는 식이죠. 이런 성향의 노래를 해서 속이 후련해지고 그렇지는 않아요. 그런 의도도 없고요. 다만 흔들리지 않고 강한 주관이 있긴 하죠”

◆ 인생은 2절부터

♬ 내 인생은 2절부터야. 그러니까 그게 바로 지금부터야

추락도, 바닥도 맛본 뒤 ‘인생은 지금부터!’라는 희망의 메시지가 담겨있다. 더 이상 실패도, 쓰러지는 것도 두렵지 않다. 왜냐하면 인생은 2절부터니까.

고3 때 패닉으로 데뷔. 가수 김진표의 인생이 열렸다. 2008년 평생의 반려자를 만나 한 가정의 가장, 제 2의 스토리가 시작됐다.

“20대 초반의 저와 지금의 저는 다르죠. 둥글둥글해졌고, 날이 없어졌어요. 곡 역시 날이 없기 때문에 어떤 이야기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시는 것 아닐까요? 제가 원하는 것도 딱 그 수준이에요”

뾰족한 날이 둥글해지는 순간, 대중과 소통하는 방법 역시 부드러워졌다. 어쩌면 가수로서의 김진표의 인생도 2절이 시작하는 순간이다.

“음악적으로는 해보고 싶은 것들이 굉장히 많아요. 노바소닉을 다시 하고 싶어요. 패닉은 언젠가 다시 시작할 수 있지만, 노바소닉은 제 건강상의 이유로 와해가 됐기 때문에, 책임이 더 막중해요. 다시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죠.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이번 음반처럼 편하고 유쾌한 음악을 해나가고 싶어요”

“만족도 높은” 김진표의 반가운 목소리가 가득 담긴 정규 6집. 플레이어를 정지시키는 순간, 비로소 “타이틀곡을 정하지 않고 곡 작업을 한다”는 그의 말을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김하진 이슈팀기자 / hajin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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