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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품가방이 에쿠스 한대값 1`억…
현대차 직원들의 이유있는 탄식…
보테가베네타 악어토트백 1억
“명차 팔려면 명품을 알아야”
보테가베네타코리아 대표 강의

BMW 같은 셀렙·충성도 부족
100대명성 기업중 현대차 96위



일명 (쇼핑)토트로 불리는 가방 1개와 현대차 대형 세단 에쿠스 1대가 나란히 있는 사진이 화면에 떴다.

“공통점이 뭘까요?”

곳곳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러나 도무지 답은 안 나왔다. 강연자는 예상이라도 한 듯 “정답은 가격”이라고 말했다. 객석에선 “아…” 하는 짧은 탄식이 터져나왔다. 이 명품 가방 하나의 가격이 현대차에서 가장 비싼 차량인 에쿠스 값과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까닭이다.

그러자 강사가 되물었다. “자존심 상하십니까?” 

지난 18일 오후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 서관 2층 대강당에서 열린 강연의 한 장면이다. 강사는 이종규 보테가베네타 코리아 대표. 보테가베네타는 상위 0.1%를 위한 구치 그룹의 최고급 브랜드다. 로고도 안 넣지만 핸드폰 줄 하나에 15만원, 카바로 불리는 악어백은 에쿠스와 비슷한 1억원에 달한다.

이날 강연에는 상품ㆍ영업, 마케팅, 재경 등 현대차 본사 전 부문과 국내영업본부 전 임직원이 대거 강당을 찾았다. ‘본사 과장 이상급은 필참’이라고 공지한 탓인지, 어림잡아도 600여명이 강연을 들었다.   

이 대표는 이날 보테가베네타의 ▷최상의 소재 ▷독보적인 장인정신 ▷시대를 초월하는 디자인 ▷현대적 기능성 등 4가지 기본 원칙(초석이라고 표현)을 설명했다. 참석자들은 메모에 열중했다. ‘현대차도 명품은 선택이 아닌 필수’란 주장에는 고개를 끄덕이며 강한 공감대를 표시했다.

‘수입차를 탄다’는 이 대표에게 모 현대차 임원이 일어나 “제네시스도 정말 좋다”고 응수하자, 이 대표는 “성공에 대한 보상으로 에쿠스와 제네시스를 타도록 (브랜드를) 만들어 달라”고 당부해 박수를 받았다.

현대차가 이날 ‘자존심을 구겨가면서(?)’까지 명품 공부에 나선 것은 ‘명차를 팔려면 먼저 명품을 알아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 글로벌 5위 자동차브랜드이지만 아직 소비자들에게 인식되는 이미지는 이에 걸맞지 않다는 점도 영향을 줬다. 마케팅전략팀 관계자는 “현대차 이미지를 고급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상품 외적으로도 고객에게 경험을 제공하는 부분에서 배울 게 많아 초청했다”고 설명했다.

브랜드 고급화는 한국 기업들이 대부분 안고 있는 공통과제. 제품의 품질과 디자인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여전히 갖고 싶은 명품 반열에는 오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애플이 1위인 ‘세계 100대 브랜드’에서 한국 기업은 삼성전자(55위)가 유일하다. BMW가 1위인 ‘세계 100대 명성 기업’에서는 매출과 이익률이 모두 높은 현대자동차가 96위에 불과하다. 삼성 갤럭시S3가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지만 여전히 아이폰과 같은 설렘과 로열티(충성도)는 부족하다. 현대차의 유럽 시장 점유율이 수직상승하고 있지만 여전히 BMW의 벽은 높다.

재계 한 관계자는 “우리 기업들이 품질이나 디자인 면에서는 세계 최고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지만 아직 명품 브랜드라는 평가를 받지는 못하고 있다”면서 “퀀텀점프(대도약)를 위한 브랜드 혁신 노력에 더욱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연 기자>
/sonam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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