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현장칼럼 - 신창훈> 사람 좋은 박재완 장관이 정색하는 문제
MB정권 소득불평등 완화 자신감
부채지수 쏙 뺀 통계착시 불과
서민들 ‘부채의 덫’ 에 허우적대는데
지표 액면 그대로 해석은 곤란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다. 재정부 공무원들도 장관이 얼굴 붉히며 얘기하는 걸 본 적이 없다고 한다. 기자들이 어떤 질문을 하더라도 “일리가 있는 지적이신데, 사실은 이렇습니다”라며 ‘친절하게’ 답한다. 비교적 솔직한 것도 박 장관의 장점이다.

그런 박 장관도 가끔 정색을 할 때가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소득 불평등이 심화됐다’고 지적하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웃음기를 접는다.

박 장관은 “지니계수나 소득5분위 배율 등 분배 불평등 지수를 보면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분명히 좋아졌다. 아이러니하게도 보수정권에서 소득분배가 개선됐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단언한 적이 있다.

박 장관이 절대 양보하지 않는 소득분배 문제에 대한 재정부의 설명은 이렇다. 2000년대 이후 악화되던 소득분배 지표(지니계수)가 2010년 이후 개선되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 1분기에는 저소득층 소득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소득5분위 배율이 크게 하락하는 등 소득분배 개선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6월 28일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에서)

소득 불평등을 보여주는 대표 지표인 지니계수는 0에서 1 값으로 표시된다. 수치가 1에 가까울수록 소득 불평등이 심함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지니계수(전체가구 기준)는 2008~2009년 0.314로 정점을 찍었다가 2010년에 0.310으로 떨어졌고, 2011년에는 0.311로 약간 높아진 상태다.

2010년에 지니계수가 개선된 이유에 대해 재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성장과 고용ㆍ소득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명박 정부에서 소득분배 여건이 개선됐다는 박 장관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긴 어렵다. 지니계수 개선의 바탕이 됐던 2010년 급성장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2009년 급락의 반등이었기 때문이다.

경제성장이 정상 경로라는 가정하에 지니계수가 개선되려면 저소득층의 가처분소득 증가율이 고소득층보다 더 커야 한다. 가처분소득에는 공적연금 소득이 포함되고 이자지급 같은 비소비지출은 빠진다. 저소득층의 근로소득이 급격히 늘어나지 않는 한 공적연금을 늘려주거나 이자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얘기다.

유경원 상명대 금융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한 기고문에서 “지표상 불평등도를 액면 그대로 해석하면 문제”라며 소득과 자산의 지니계수가 개선된 이면에는 가계부채가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2006년 거주주택의 지니계수는 0.715에서 2011년 0.700으로 완화됐지만 부채 지니계수는 같은 기간 0.710에서 0.801로 급격히 악화됐다.

결국 지니계수를 개선하려면 성장과 고용을 통해 소득을 늘리고, 부채를 줄이는 길밖에 없다. 한국경제는 지금 성장은 곤두박질치고 ‘부채의 덫’에 갇혀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이다. 소득분배 여건이 좋아졌다는 박 장관의 말이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이유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