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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울한 하늘, 내 마음에 볕들 날은…
일조량 적은 장마철 멜라토닌 분비 증가
수면·진정작용 유도…쉽게 침울해져
후텁지근 날씨에 불쾌지수도 상승
실내조명 밝게…가벼운 운동도 도움


연일 오락가락하는 비에 마음에도 습기가 차는 요즘이다. 오늘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태양을 바라는 마음이 떠나간 사랑 기다리듯 야속하다.

변덕스러운 날씨 탓에 계획된 야외 활동은 번번이 틀어지기 일쑤라 어쩔 수 없이 방에 틀어박혀 있는 날이 계속되게 된다.

그러나 습한 실내 공기가 짜증을 더하는 순간 마음은 부정의 흐름을 타고 한없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누구나 멋지게 고독을 음미할 수 있는

가을과 달리 요즘 같은 장마철엔 우울한 기분에 고립감까지 더해져 자칫 깊은 마음의 병으로 이어지기 쉽다.

▶햇빛 줄어드니 행복도 줄었네= 장마철에는 일조량이 줄어 봄과 가을에 나타나는 ‘계절형 우울증’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우울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햇빛을 쬐는 시간이 줄면 뇌에서 분비되는 멜라토닌의 양이 늘어나면서 수면 및 진정작용을 유도해 침울한 기분이 들게 된다.

또한 잦은 비로 야외활동이 곤란해지면서 전체적인 활동량도 감소하게 되는데, 이렇게 신체활동이 적어지면 우울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특히 감성적으로 예민한 사람이라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임세원 강북 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장마철 우울증상에서 벗어나려면 빛의 양을 늘려주고 신체활동을 활발히 하는 것이 좋다”며 “실내 조명을 가능한 밝게 유지하고 비가 오더라도 꾸준히 운동을 해 땀을 흘리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옷깃만 스쳐도 짜증 폭발= 장마철 후텁지근한 날씨에는 제아무리 사랑하는 사람과의 스킨십이라도 짜증이 나기 쉽다. 고온다습한 날씨 탓에 불쾌지수가 높아지기 때문인데, 피부의 끈적끈적한 느낌만으로도 불쾌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이는 그 자체로 스트레스의 원인이 된다. 따라서 일에 능률이 오르지 않는 것은 물론 대인관계에 문제를 일으키는 등 여러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조정진 한림대 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피할 수 없다면 즐긴다는 긍정적인 마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벼운 운동도 꿉꿉한 마음을 달래줄 수 있다.

다만 끈적한 느낌이 싫다고 에어컨을 강하게 켜는 등 지나치게 실내 온도를 낮추면 오히려 냉방병 같은 또 다른 질환에 시달릴 수 있으므로 냉방보다는 환기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월이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은 무더위, 어르신들은 더 괴롭다= 장마철은 특히 노인들이 우울해지기 쉬운 시기다. 억지로라도 즐기던 야외활동이 더욱 제한받게 되고 다른 사람과 접촉할 일도 그만큼 줄게 된다.

노인 우울증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대신 신체적 통증을 호소하는 특성이 있다. 또한 젊은층과 다르게 딱히 전형적인 유형이 없으며 알코올 중독, 건강 염려증, 가성치매 같은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우울증이 진행될수록 인지왜곡 현상이 두드러져 주변 모든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고 자신을 비하하기도 한다. 이런 부정적인 생각이 빠지다 보면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본인이 별다른 치료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적은 데다 가족의 무관심까지 더해지다 보면 제때 진단 및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김윤기 서울북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은 “우울증 증세를 갖고 있는 노인은 ‘자살’에 대한 뚜렷한 표현이 없다”며 “평소보다 말수가 적어지거나 주변을 정리하는 행동이 나타나면 ‘자살경고등’이 켜진 것으로 판단해 빨리 대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움말=강북 삼성병원, 한림대 성심병원, 서울 북부병원]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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