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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이란 이름의 뻘짓?’ 젊은작가 8명의 신선한 외침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한국 현대미술의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전시가 서울 한남동 삼성미술관 Leeum(관장 홍라희)에서 개막된다. 삼성미술관은 오는 7월 19일부터 9월 16일까지 Leeum 그라운드갤러리에서 ‘아트스펙트럼 2012’를 개최한다.

‘아트스펙트럼’전은 Leeum이 현대미술의 다양성 속에서 한국 미술의 역동적인 변화를 살피기 위해 2년에 한차례씩 펼치는 젊은 작가 기획전이다. 올해로 4회째를 맞아 김아영, 김지은, 배찬효, 옥정호, 장보윤, 전소정, 최기창, 한경우 등 8명의 작가가 선정됐다.

이들의 작업에선 톡톡 튀는 재기발랄함과 남다른 상상력이 느껴진다. 지금껏 보아왔던 기존 미술과는 궤를 달리하며 자신만의 발언을 색다른 방식으로 펼쳐내고 있는 것. 총 30점의 출품작은 개인의 정체성에서부터 역사적인 사건까지 서로 다른 주제를 사진, 설치, 영상 등 다양한 장르를 통해 다룬 것들로, 한국미술의 따끈따끈한 흐름을 읽게 해준다.


영국에서 유학한 후 현지에서 사진작업을 펼치고 있는 배찬효(37)는 런던에 살며 동양남성으로써 느꼈던 문화적 간극과 당혹감을 특색있는 사진작업으로 녹여 냈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그 자신 서양역사(또는 서양동화) 속 여주인공으로 분해 어색한 부조화를 드러낸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수용해왔던 서구의 시각문화를 다시금 곱씹어보게 한다. 이번에 작가는 영국 절대왕정기 속에서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간 궁정여인들로 분해(신작 ‘형벌’) 엉뚱한 반전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를테면 영국 국왕 헨리 8세의 총애를 받으며 왕비(알라곤의 캐서린)를 밀어내고, 두번째 왕비가 됐던 앤 볼린(1507 ?~1536)으로 분했다. 앤 볼린은 권좌에 오른 뒤 공주(엘리자베스)를 낳으며 승승장구했으나 모반을 했다는 누명을 쓰고 참형에 처해진 비극적 인물이다. 작가 배찬효는 초상화 속 앤 볼린처럼 성장(盛粧)을 하고, 왕궁을 배경으로 당당하게 포즈를 취했다. 뇌쇄적 미인으로 용기와 과단성은 있었으나 결국은 파멸에 이르는 궁정여인(일명 ‘천일의 앤’)으로 분한 작가의 모습은 기이한 아이러니를 느끼게 한다. 작가는 자신의 좌우에 1대, 3대 왕비들을 등장시켜 더욱 입체적인 서사구조를 만들어내고 잇다. 


김아영(33)은 개항기 사건을 다룬 영상작업을 내놓았다. 당시의 외교문서와 신문기사를 채집한 작가는 영미권 배우들을 섭외해 130년 전 영국해군이 거문도를 점령한 이른바 ‘거문도사건’을 퍼포먼스 형식으로 촬영했다. 당시 군함을 연상케 하는 스펙터클한 건축공간을 만들고, 외국인의 시각으로 재단됐던 사건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새롭게 들여다본 시도가 흥미롭다.

김지은(35)은 도시 환경에 주목한 대형 설치작업을 시도했다. 현대인에겐 도시라는 환경이 삶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 작가는 끊임없이 개발과 재건축이 이어지며 어지러울 정도로 변해가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그가 만든 거대한 망루와 번쩍이는 공사장의 비계(飛階)구조물은 보이지않는 규제를 통해 은밀한 통제와 감시가 이뤄지고, 이에 대한 저항이 거듭되는 도시의 삶이 스며들어 있다. 


반면에 옥정호(38)의 작업은 매우 유머러스하다. 검은 양복을 말끔하게 차려입고 뻘밭에서 ‘뻘 요가’에 한창인 작가의 모습은 더없이 뜬금없다. 또 낚시터나 홍대앞처럼 낯익은 장소에서 고대 자연숭배의 자세인 태양예배(요가의 기본자세)를 취하고 있는 모습은 ‘혼자만의 심오한 뻘짓’이란 점에서 관람객의 시선을 붙든다. 개막일 오후 2시에는 임근준(미술평론가) 씨와 큐레이터 구경화 씨가 ‘한국 현대미술의 세대 변환’ 등에 강의를 펼친다.

사진제공= 삼성미술관 Leeum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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