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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설 1세대’ 삼환기업도 격랑속으로
[헤럴드경제=백웅기 기자] 국내 건설사들 가운데 처음으로 중동 시장을 개척했던 66년 역사의 삼환기업이 위기에 몰렸다. ‘제 2의 중동 붐’이라 불릴 만큼 국내 건설사들의 중동 진출 경쟁이 치열한 요즘 ‘건설 1세대’의 위상마저 위태로운 삼환기업의 현실은 최근 업계에 짙게 드리운 그늘을 웅변한다.

삼환기업은 지난 11일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에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지난 6일 금융권과 금융감독원이 2012년 대기업 신용위험정기평가 결과를 내놓으면서 삼환기업과 그 계열사인 삼환까뮤를 부실징후기업인 C등급 워크아웃 대상으로 포함시킨 데 이은 조치다. 대한민국 대표 수출산업이었던 건설업을 이끌던 개척자 삼환기업이 창립 66년만에 좌초 위기를 맞은 것이다.

1980년대만 해도 “토목은 현대, 건축은 삼환”이라 할 정도로 삼환 기업은 전성기를 누렸다. 최종환 명예회장(87)이 삼환기업공사란 이름으로 1946년 창업해 서울 광장동 워커힐 호텔을 비롯해 조선ㆍ플라자ㆍ신라 등 유명 호텔공사를 도맡을 정도로 시공능력에 있어 명성을 떨쳤다. 삼성그룹의 태평로빌딩, 서울지방검찰청과 대검찰청, 우리은행ㆍSC제일은행 본점 등 서울 곳곳에 랜드마크격의 건축물들도 삼환의 손길을 거쳤다. 특히 해외시장 개척의 선두주자로 1973년 사우디 알울라~카이바 고속도로공사를 수주하면서 국내 건설사중 최초로 중동 지역에 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이후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진출이 이어지면서 저가 수주경쟁으로 수익성이 점차 악화됐다. 이에 중동에서 철수한 뒤에는 국내 사업에 주력하면서 2003년 아파트 브랜드 ‘나우빌’을 내세워 주택시장을 공략했지만 최근의 부동산 침체 늪에선 뾰족한 수가 없었다.

미분양이 속출하면서 프로젝트파이낸신(PF)사업도 흔들려, 지난 1분기 기준 대구칠성동 주상복합, 하왕십리, 판교에스디쓰리, 청라국제업무타운 등지의 PF 지급보증액이 2600억원에 이른다. 최근엔 원자력, 고속철도, 환경 신기술 리모델링 사업 등으로 수주영업을 강화하는 등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기도 했지만 뚜렷한 실적은 없는 모습이다.

수출입은행은 곧 채권금융기관협의회를 소집해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논의하는 동시에 금융기관별 구체적 채권액을 접수할 예정이다. 1주일 내로 열릴 제1차 협의회에서 워크아웃 개시가 결정되면 수은은 실사를 거쳐 삼환기업과 경영정상화 이행약정을 체결한다.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29위인 삼환기업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 시공능력평가 100위권 건설사 가운데 워크아웃ㆍ법정관리에 들어간 업체는 23개사로 늘게 된다. 건설업계의 한숨도 커져간다.

kgu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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