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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쌀알’<EVA : 에틸렌비닐아세테이트> 없인 태양전지 못만든다”
설립 40년 한화케미칼 울산공장을 가다

운동화쿠션·비닐하우스서
접착제·태양전지 시트까지
활용범위 무궁무진한 소재

10년前부터 고함량 제품 생산
태양광 수직계열화 전초기지로


[울산=신상윤 기자] 지난 5일 울산 상개동 한화케미칼 울산공장 제1사업장 에틸렌비닐아세테이트(EVAㆍEthylene Vinyl Acetate) 공장.

‘윙~’ 하는 굉음과 함께 시큼한 냄새를 내뿜으며 쌀알 정도 크기의 가루가 기계에서 쉴 새 없이 쏟아졌다. 쏟아진 가루는 금방 포대에 담겼다.

“저 쌀알 같은 가루가 바로 EVA입니다. 저거 없으면 태양전지도 못 만듭니다.” 박구동 제1사업장 상무의 설명이 이어졌다.

박 상무는 “EVA는 운동화 중창(깔창과 밑창 사이 들어가는 창)에서 태양전지 접착용 시트까지 다양하게 사용된다”며 “부가가치가 높은 특화제품”이라고 말했다.

 

한화케미칼 울산공장 직원이 울산 상개동 제1사업장 내 EVA공장에서 막 생산돼 포장까지 완료된 EVA 포대를 살펴보고 있다. 오른쪽은 막 생산돼 나온 EVA.[사진제공=한화케미칼]

▶고함량 EVA는 태양전지 시트로 사용=EVA는 에틸렌과 비닐아세테이트가 결합된 물질이다. 공장에서 느꼈던 시큼한 식초(산) 냄새도 바로 아세테이트 때문이다.

5㎜ 크기 쌀알 모양의 투명한 알갱이 형태로, 폴리에틸렌(PE) 계열의 다른 제품에 비해 높은 유연성, 성형성, 보온성, 충격흡수성 등 우수한 물성을 가지고 있다. 비닐아세테이트단량체(VAMㆍVinyl Acetate Monomer)의 함량에 따라 성질이 달라지는데, 용도에 따라 비닐아세테이트의 함량을 조절해 물성을 달리한 EVA를 사용한다.

VAM이 3~20% 이하인 제품은 필름(비닐) 제작이나 발포(스펀지, 신발 밑창, 장난감 소재 등) 용도로 많이 사용된다. VAM이 22~40%정도로 많이 함유할수록 가격이 비싸고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는 고부가 특화 EVA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제품들은 주로 코팅, 태양전지의 시트(표면) 제작용, HMA(Hot Melt Adhesive)라는 포장ㆍ목공용 접착제의 원료로 사용된다.

실제로 EVA를 만져보니 끈적끈적했다. EVA로 만들어진 비닐도 마찬가지였다. 일반 비닐과 비교해 접착력이 느껴졌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이처럼 접착성이 강할 뿐 아니라 투과력과 보온성이 우수해서 농촌에서 비닐하우스 소재로 많이 활용된다”고 말했다.

EVA를 이용한 코팅은 특유의 접착성 등으로 종이류에 고급스러움을 더해주고 장기 보관 및 사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때문에 잡지 표지 등 고급 문구류 제작에 많이 사용된다.

또 EVA는 탄성력이 우수해 스포츠용품업계에서 많이 활용된다. EVA 쿠션으로 만든 중창은 발이 지면에 닿는 느낌을 살리면서도 체중의 분산과 충격 흡수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어 운동화 밑창, 중창, 깔창 등 발포 시트로 많이 사용된다. 여기에 단열성과 보온성이 좋아서 각종 스포츠, 레저용 안전장비를 만드는 데도 널리 이용되고 있다.

특히 태양전지 시트로도 활용되는 고함량 EVA는 태양전지를 이루는 각 층을 접착하는 역할을 하면서 태양전지 셀을 보호하고, 빛의 투과율을 높이는 역할을 해 태양전지 셀을 만드는 핵심 소재 중의 하나로 쓰인다. 태양전지 셀 상하를 EVA로 봉하는 동시에 표면을 무색투명의 강화 유리로, 뒷면을 보호용 필름으로 처리하는 역할을 한다.

박구동 상무는  “EVA야말로 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 수직 계열화를 이루는 필수 요소”라며 “2014년부터 태양전지 원료인 폴리실리콘을 생산하고, 현재 모듈(한화솔라원)을 만들고, 태양광 발전소를 세우고(한화솔라에너지) 있지만 그 밑바탕이 되는 것이 태양전지와 EVA”라고 강조했다.


▶좁은 부지…불리함을 특화 제품으로 극복=한화케미칼은 1986년부터 EVA를 자체 개발, 상업 판매하고 있다. 초기에는 울산공장의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ㆍLow Density Polyethylene) 생산라인 중 일부를 개조해 저함량 EVA를 생산하다 2003년 추가로 EVA 생산라인을 개조, 고함량 EVA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울산공장이 고함량 EVA 등 고부가가치 상품에 전력하게 된 것은 부지 한계 때문. 울산공장은 1972년 울산석유화학단지 조성과 함께 세워져 올해 설립 40주년을 맞았다. 또 다른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여수나 대산 등 다른 단지에 비해 부지가 좁아 생산능력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며 “특화제품 개발을 통해 불리함을 유리함으로 극복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케미칼처럼 VAM이 40% 이상 포함된 고함량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업체는 전 세계적으로 미국의 듀폰과 일본의 토소 등 6곳 정도에 불과하다. 이를 인정받아 한화케미칼의 EVA는 2009년(코팅용 EVA)과 2011년(태양전지 EVA) 두 차례에 걸쳐 지식경제부로부터 ‘세계 일류 상품’으로 선정된 바 있다. 

특히 태양전지 시트용 EVA는 VAM 함량이 높아질수록 투명해지고 접착력이 좋아질 뿐만 아니라 태양전지 효율도 높아진다. 태양광시장 수요가 늘어날수록 질 좋은 EVA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고 한화케미칼은 내다보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2009년 700t이었던 태양전지 시트용 EVA의 생산량을 2010년 7000t으로 확충했다. 현재 한화케미칼의 태양전지 시트용 EVA는 한화L&C와 일본의 브리지스톤 등 세계 주요 업체에 수출되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민간 석유화학회사인 시프켐(SipchemㆍSaudi International Petrochemical)과 내년 말 상업생산을 목표로 EVAㆍLDPE 합산 20만t 등을 생산할 수 있는 플랜트를 건설하고 있다. 생산을 시작하면 아시아 EVAㆍLDPE시장의 약 10%(점유율 기준)를 차지하게 된다. 

한화케미칼은 중장기적으로 국내에서는 태양전지 시트용 같은 고함량 EVA 등 특화 제품 생산을 늘리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저함량 EVA 등 범용 제품 생산에 주력하는 ‘이원화 전략’으로 세계 시장을 석권한다는 계획이다.

한화케미칼 울산공장은 오는 9월 증설을 통해 EVA 연 생산능력을 8만t에서 12만t으로 늘리고, 자동화 설비를 갖춘 생산창고도 갖출 계획이다.  

<울산=신상윤 기자>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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