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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생코스피>목표주가와 현주가간 괴리율 50% 넘는 대형주 속출
[헤럴드경제= 강주남 기자] 작년 말 명예퇴직을 한 A(57)씨는 창업 등이 여의치 않자 생활비라도 벌어 볼 요량으로 주식투자에 손을 댓다가 요즘 밤 잠을 못이루고 있다. 한 증권사 창구에서 유로존 재정위기에도 불구, 실적호전이 기대된다며 CJ제일제당을 추천해 줘 지난달 중순 34만~35만원 대에 매수를 했는데, 단기 악재가 터져 나오며 주가가 내리막길을 걸으며 손실이 눈덩이 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21일 35만 2000원을 정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한 CJ제일제당 주가는 글로벌 바이오 경쟁사인 독일 에보닉(Evonik)의 라이신 증설 소식이 나온 지난달 27일 32만 8000원까지 떨어졌다. 나흘새 6.8% 손실을 본 것이다. 매입가 대비 5% 이상 손실을 본 A씨는 손절매를 고려했지만, 오히려 현 국면을 ‘저가매수 기회’ 라고 분석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리포트를 본 뒤 마음을 고쳐먹었다. ‘오해가 불러온 매수기회’라는 증권사 분석 보고서를 믿고 이른바 ‘물타기’를 통해 주식을 더 사모은 것이다.

그러나 주가가 곧 반등 할 것이란 A씨의 기대와는 달리 CJ제일제당 주가는 7월들어서도 하락세를 이어가며 지난 11일 30만 500원까지 밀렸다.

A씨가 CJ제일제당 물타기를 시작한 지난달 28일이후 국내 기관의 매매 패턴은 정반대였다. 국내기관은 에보닉의 라이신 증설 소식이 알려진 지난달 27일 하루동안 116억원의 매도우위를 기록한 이후 전일까지 11거래일동안 CJ제일제당에 대해 총 680억원이 넘는 순매도를 기록했다. 그동안 A씨는 주식을 팔아치운 국내 기관의 총알받이 노릇을 충실히 한 셈이 됐다.

1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CJ제일제당에 대한 증권사들의 투자의견은 ‘강력매수(Strong Buy)’ 1건, ‘매수’ 16건, ‘중립’ 투자의견 1건이 제시돼 있다.

목표주가를 제시한 증권사 컨센서스(시장평균)는 42만9222원으로, 전일종가(30만 500원) 대비 42.84%의 괴리율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8일 대신증권은 ‘CJ제일제당-오해가 불러온 매수 기회’라는 리포트를 통해 목표주가를 45만원으로 유지했다. 같은날 현대증권도 ‘에보닉이 가져다 준 저가 매수 기회’라며 40만원으로 제시한 목표주가를 그대로 유지했다.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 6일 한발 더 나아가 ‘지표 악화, 비관적 전망은 불필요’하다는 보고서에서 목표주가를 50만원으로 제시하며, 강력매수를 추천했다.

이 처럼 증권사가 제시하는 목표주가와 현 주가와의 높은 괴리율은 비단 CJ제일제당 뿐 아니라 대부분의 시가총액 상위종목들도마찬가지다.

대표적으로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경우 전일 종가는 112만 7000원인데 비해 ‘매수’투자의견을 밝힌 28개 증권사의 12개월 목표주가는 175만 6071원이다. 한국증시 간판주인 삼성전자의 현주가와 증권사가 보는 적정주가와의 괴리율이 55.82%에 달한다.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지금이라도 삼성전자에 투자하면 연간 50% 이상의 대박 수익률을 낼 수 있다는 기대감 보다는, 증권사들이 제시하는 목표주가가 너무 무책임한 장밋빛이란 불쾌감이 앞설 수 있는 괴리율 수준이다.

LG전자의 경우도 ‘매수’ 투자의견을 낸 21개 증권사의 적정주가는 10만 760원인데 비해 전일종가는 6만 800원으로 괴리율이 65.72%에 달한다. 최근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조정한 증권사는 4곳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목표주가를 소폭 하향조정하는데 그쳤다. 매수를 추천하는 종목의 현주가가, 목표로 제시한 주가 대비 50% 이상의 상승여력이 있는 경우 통상 ‘강력매수’로 투자의견을 조정해야 하지만, 60%가 넘는 괴리율이 발생한 현 시점에서 증권사들은 ‘목표주가 하향이나, 투자의견 상ㆍ하향 조정’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SK하이닉스의 경우도 매수 투자의견을 제시한 26개 증권사의 적정주가는 3만 6308원으로 전일종가대비 괴리율이 53.20%에 달한다.

현대차의 경우도 29개 ‘매수’ 투자의견을 낸 증권사의 목표주가 컨센서스는 31만 6552원으로 전일종가대비 38.84% 높은 수준에 책정돼 있다. 기아차에 대한 27개 증권사 적정주가는 10만 5952원으로, 전일종가보다 44.94% 높다. 현대모비스의 경우 27개 증권사 적정주가는 39만 6214원으로, 11일 종가대비 괴리율은 47.29% 다.

유로존 등 주변 악재로 주가가 떨어지는 속도에 비해, 증권사가 제시하는 목표주가 하향조정이 늦기 때문에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 투자자들이 떠안을 수 밖에 없다.

반면, KT&G와 한국전력, 삼성생명 등 경기방어주의 목표주가와 현주가간 괴리율은 10~30% 수준이다. 실제로 KT&G의 경우 매수 투자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20개 증권사의 적정주가는 9만 3400원으로 전일종가(8만 3900원)와의 괴리율이 11.32%에 불과하다.한국전력의 경우 매수를 제시한 9개 증권사의 목표주가는 3만 2307원으로, 전일종가(2만5500원)보다 26.69% 높다.

이에 대해 한 애널리스트는 “해당 기업의 주가수익비율과 순자산비율, 자기자본수익률 등 다양한 과학적인 방법에 따라 제시하는 목표주가가 항상 쪽집게 처럼 맞을 수는 없다”며 “개별종목의 이익모멘텀 이외에 주변 재료와 수급 요인에 따라 주가 향방이 갈릴 수 있기 때문에 현주가가 저평가될 수 있지만, 향후 반등장에서는 괴리율이 높을 수록 상승탄력이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nam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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