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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광주비엔날레,아시아 넘어 세계를 꿈꾼다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올해로 광주비엔날레는 9회를 맞는다. 비엔날레(2년마다 열리는 국제미술제)라는 용어조차 생소했던 지난 1995년, 아픈 상처를 지닌 도시를 예술로 치유하기위해 출범했던 광주비엔날레는 회를 거듭하며 세계가 주목하는 비엔날레로 성장해왔다.

세계적인 미술전문지 ‘아트포럼’은 2010 광주비엔날레 전시에 대해 ‘2010년 세계 전시 중 가장 괄목할만했다’고 평가했으며, 영국 테이트모던 미술관은 지난 6월 광주비엔날레 패널들을 초청해 최근 급성장한 광주비엔날레의 동력을 분석하는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이제 10회를 목전에 두고 광주비엔날레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비엔날레를 넘어, 세계에 이슈를 던지는 비엔날레를 꿈꾸고 있다.

▶전지구적 정치 시대적 상황, 평등하게 고찰 = 오는 9월 7일부터 11월 11일까지 광주시 비엔날레전시관과 도심 일원에서 열릴 ‘2012광주비엔날레’의 참여작가및 전시윤곽이 드러났다. 올해 비엔날레 작가는 6명의 아시아및 중동지역 출신 여성 큐레이터들이 ‘라운드테이블’을 주제로 1년여의 연구 끝에 40개국 92명(팀)의 작가를 최종 확정했다. 이 가운데 아시아 작가는 한국작가 16명(팀)을 비롯해 인도, 쿠웨이트, 이란, 카타르 등 17개국에서 44명(팀)이 선정됐다. 또 유럽 26명, 미주지역13명, 오세나이나 5명, 아프리카 5명 등 전세계 대륙별로 고루 선정됐다. 출품작은 300여점에 이른다.

김선정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를 비롯한 6명의 전시감독들은 ‘둥근 탁자’라는 뜻의 비엔날레 주제에서도 드러났듯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정치적 평등성과 독자성을 추구한 작업으로 9회 광주비엔날레를 꾸미게 된다. 


본 전시는 ▷집단성의 로그인, 로그아웃 ▷역사의 재고찰 ▷일시적 만남들 등 6개의 소주제로 짜여진다. 6명의 감독들은 저마다 다른 소주제와 견해를 끌어모아 하나의 유동적이고 유기적인 전시를 보여줄 예정이다. 각각의 소주제는 중첩되기도 하고 때론 상반된 입장을 취하기도 하면서 하나의 원을 이루게 된다.

김선정 감독은 “1인 총감독 체제가 아니라 6명의 감독이 참여하다보니 하나의 그림을 그리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러나 서로 다른 견해와 뜻이 어우러져, 변화무쌍한 큰 그림을 그리는 것도 흥미로운 도전이었다”고 했다. 아시아의 주목할만한 여성 감독들이 풀어나가는 6개의 소주제는 전체 주제인 ‘라운드테이블’의 뼈대를 이루며, 역사적 상황들 속에 존재하는 각 공동체의 서로 다른 모습, 개인과 집단간 심리적 긴장관계, 이주와 조직적인 집단운동 등에 관한 다양한 담론을 형성해줄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테면 재미 한국작가 마이클 주는 한국에서 시위진압용으로 쓰는 방패 100여개를 가져와 비엔날레 전시장에 작은 집을 만들 예정이다. 천장에서부터 바닥까지 방태들을 촘촘히 연결해 방어공간을 만드는 프로젝트다. 시위경찰의 몸을 보호했던 방패는 이로써 하나의 차단된 집이자, 익명적 공동체로 탈바꿈해 또다른 질문들을 창출하게 된다 . 


벨기에 작가 사라 나이테만스는 여러 개의 거울이 장착된 헬멧을 쓰고 거리를 누비며 ‘나’를 관측한 작업을 선보인다. 십여개의 둥근 거울이 줄줄이 매달린 헬맷은 마치 태양을 중심으로 형성된 태양계를 연상케 한다. 동시에 그 기이한 헬맷은 작가 자신을 관찰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작가를 바라보는 주위 시선과 거리의 모습들이 투영되면서 처음과는 다른 다중적인 의미를 지니게 된다.

이용우 광주비엔날레 사장은 “이번 비엔날레는 ‘아시아적 고려’에 주안점을 두고, 아시아 출신 여성 큐레이터 6명이 진행해 아시아 중동 작가들이 전체의 절반에 달한다”며 “아시아는 전세계 면적의 60%에 달하고 인구도 절반을 넘어서고 있다. 이제 광주비엔날레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최대의 비엔날레로서, 당당히 그 목소리를 낼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에따라 올 비엔날레는 과거 서구의 잣대로 고착화된 비엔날레 경향에서 탈피해, 아시아의 시각으로 아시아 본래의 의미와 그 미래를 찾는 혁신적인 작업들이 대거 포진하게 된다. 


이용우 사장은 또 “자고로 비엔날레 전시는 좀 소란스러워야 하며, 급진성과 실험성이 보장돼야 한다. 따라서 유명세를 앞세운 특징없는 명품(?)작품은 지양하고, 주제에 부합되는 작업을 전면에 내세울 것”이라며 “광주의 정신, 인권의 목소리, 약자의 목소리를 기존의 관점이 아닌 새로운 미학적 관점에서 풀어나간 작업들이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참여작가들은 작가적 명성이나 특정 경향 보다는 동시대의 문화적 다양성과 자주성에 뿌리를 두고 작업해온 이들이 두드러진다. 특히 세계 주류 미술계에서 소외됐던 아시아및 중동의 작가들, 즉 마이너리티 진영의 작가들이 여럿 초청돼 관심을 모은다. 이들은 기존의 미술경향이나 주류적 태도와는 궤를 달리 하며 새로운 시각문화의 현장을 개척해온 작가들이다. 


▶광주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프로젝트, 무각사 절집에서의 전시 등 눈길= 참여작가들은 글로벌리즘의 동질화를 거부하는 작가들이 다수 선정됐다. 따라서 서로 다른 문화의 결을 존중하며, 의식의 민주화를 도모한 신선한 작업들이 선보여질 예정이다.

올 비엔날레는 또한 시민 참여 및 연계 프로그램이 어느 해보다 많은 것도 특징이다. ‘레지던시 및 뉴프로덕션’은 초대작가 15명이 광주에 장기체류하면서 시민들과 함께 작업해 이를 전시하게 된다. 즉 장소-특정적(Site-specific)인 프로젝트인 셈이다.

이를테면 인도네시아 출신의 작가이자 영화감독인 틴틴 울리아는 ‘우리가 꽃을 기록할게, 광주’를 통해 5.18민주화운동을 주제로 지역의 사회, 문화적 맥락과 소통하며 유동성, 공간성, 시간성 등의 이슈를 천착하게 된다. 


뉴질랜드 출신의 작가 스코트 이디는 ‘100대의 자전거 프로젝트:광주’를 통해 광주 시민들과 함께 작업한다. 고장 나고, 버려진 자전거들을 지역공동체와 함께 수거해 고친 다음, 작가의 로고를 붙여 시민 누구나 이 자전거를 이용하게 할 예정이다. 일종의 재활용, 시민참여 프로젝트인 것. 또 서도호, 이정록, 포크롱 나딩(필리핀) 등 많은 작가들이 지역민들과 손잡고 작업 중이거나 작업할 예정이다.

이번 비엔날레는 비엔날레 전시관 외에도 무각사 절집과 광주극장, 그리고 광주의 대인시장에도 작품이 내걸리게 된다. 또 도심 공동화 현상을 보이고 있는 광주시 중심부에서는 제 2회 광주폴리 프로젝트가 시행돼 아이웨이웨이 등의 작가가 도심에 작품형 건축구조물을 선보이게 된다. 

<사진제공=광주비엔날레>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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