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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이제야말로 시대에 맞는 헌법 개정을
우리 헌법은 낡았다. 개헌 25년밖에 안 됐지만 시대 상황이 너무 달라졌다. 분초를 다투는 컴퓨터 시대에 맞게 조정이 필요하다. 아니 속도 문제 이전에 시행착오를 시정하기 위해서도 개헌은 꼭 해야 한다. 87년 민주화 헌법 개정이 이루어질 때 우리는 너무 서둘렀다. 군부 독재 찌꺼기를 지양해야 한다는 절박감에 현실에 안 맞는 5년 단임제 대통령제를 황급히 채택, 국정 효율을 지나치게 훼손했다.

노태우 정부 때 이미 여러 조짐이 들어나 이른바 김대중 김종필 연립정부 형식의 DJP연합이 97년 대선 정국에서 만들어진 배경도 그런 문제 시정 차원의 내각제 개헌을 한다는 전제 위에서다. 그러나 막상 선거에 승리, 집권한 김대중 정부는 집권 2년 뒤 개헌 약속을 어겼다. 북한과 첨예한 대립 상태의 한국에서 불안정한 내각제가 시기상조라는 일반의 의식이 가세했고 잦은 개헌에 대한 위구심도 있었다.

하지만 2007년 노무현 정부가 원포인트 개헌론을 내놓으면서 다시 주목을 끌었다. 이것저것 다 하다가는 복잡해서 안 되니까 우선 국정 안정을 위한 대통령 4년 중임제라도 하자는 것이었다. 집권 2년만 지나도 서서히 김이 빠지는 네 차례 5년 대통령을 겪고 나서 중임제 개헌론은 확실히 맛있는 메뉴이기는 했다. 문제는 시기다. 대선 직전에 내놓은 이런 제안이 많은 공감론 속에 소멸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어쩌면 한국 정치사의 비극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당시 정무특보로 이를 추진했던 문재인 현 민주통합당 대선주자는 그들이 정치적 꼼수를 노렸던, 아니던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당연한 것조차 국민 의혹의 대상을 만들어 공전시킨 죄가 크다.

최근 한 신문이 19대 국회의원 전원을 상대로 개헌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일단 응답을 한 233명 가운데 202명이 개헌 필요성을 인정했다. 나머지 의원들이 더 응답해올 경우 재적의원 300명의 3분의 2인 개헌 정족수 200명은 채우고도 남는다.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이나 대부분 개헌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구체적 각론에 들어가면 중구난방인 게 현실이다. 물론 각 당과 개인 이해관계 때문이다. 이를 조절하는 게 급선무다. 제왕적 대통령제가 ‘아들 소대통령’ ‘만사형통’ ‘방통대감’ ‘왕보좌관’들을 만들어내 마침내 쇠고랑을 차는 것이 관례처럼 5년제 대통령 5명 주변을 점철해왔다. 더불어 국정은 임기 3, 4년차만 되면 레임덕 현상으로 문란해지기 일쑤다.

이런 현상은 어떻든 깨야 한다. 의원들 응답자 대부분이 중임제 대통령제를 선호한다면 이를 키워드로 제왕적 권한 분산을 꾀하는 방법을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도출하기 바란다. 물론 의원내각제 선호나 이원집정제 등 각자 취향이 다를 수 있지만 우선 개헌은 반드시 이번에 해야 한다는 각오가 있으면 다수 의견을 따르는 민주적 절차에 따라 속전속결로 개헌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강력한 여당 대통령 후보인 박근혜 의원만 해도 4년 중임제 대통령을 선호하는 입장이다. 어차피 차차기부터 적용하는 개헌이라면 현재 난립한 대선후보들이 말하는 분권형 대통령 4년 중임제까지 굳이 거부할 이유가 없다.

이 밖에 헌법 제119조 경제민주화 조항도 논의 대상이긴 하나 여야 행보가 비슷한 마당에 구태여 밥상에 올려 또 하나의 논쟁거리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제3조인 영토 조항 역시 마찬가지다. 중요한 것은 개헌 공감대가 확산돼 있는 지금 이를 본격적으로 발화시켜 국정 비효율과 관례적인 대통령 친인척 발호를 막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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