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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 아빠 명의 좀 빌려줘”…게임시간선택제 비웃는 청소년들
친구부모 이름도용 규제 피해
PC방 등 서 장시간 게임 즐겨

휴대폰도 부모이름으로 가입
청소년 이용불가 있으나마나


“게임 안 하는 친구가 부모님 주민등록번호로 만들어줬어요.”

주말인 지난 7일 오후 서울 불광동 A PC방. 이곳에서 7시간째 인기 게임 ‘리그오브레전드’를 즐기던 강명석(16·가명) 군은 장시간 게임을 할 수 있는 비밀을 털어놨다.

강 군은 “친구는 게임을 안 해서 부모님이 의심하지 않을 것”이라며 “게임시간선택제를 시작한다는 말을 듣고 지난달 서둘러 친구에게 부탁했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청소년의 게임중독을 예방하기 위해 지난 1일부터 본격 시행한 ‘게임시간선택제’가 청소년의 발빠른 대응을 따라가지 못하고 일주일 만에 표류하고 있다.

청소년이 게임시간선택제의 규제망을 피해가는 방법은 다양했다. 가장 흔한 방법은 친구 부모님 명의로 아이디를 만드는 것. 많은 학생이 강 군처럼 게임을 자주 하지 않는 친구에게 부탁해 아이디를 도용하는 수법으로 장시간 게임을 즐겼다.

해당 친구의 부모님이 맞벌이를 해 자녀에게 신경쓸 여력이 없거나, 자녀가 평소에 게임을 하지 않기 때문에 게임시간선택제에 관심이 없는 경우 이런 수법이 가능하다. 자신의 부모님 명의로 아이디를 도용하던 과거의 수법에서 한 단계 진화한 방식이다.

부모님과 게임시간을 정하다 지능적 속임수로 규제를 피해간 경우도 있었다. 청소년의 법정대리인은 ‘게임이용확인서비스’에 접속해 자녀가 가입한 게임 리스트를 확인하고, 해당 게임사이트에 접속해 게임시간을 설정할 수 있다. 해당 게임사이트에서도 본인 인증을 받는 등 다소 복잡한 과정이 이어진다.

장선미(15·가명) 양은 “게임시간을 정하는 사이트(gamecheck.org)에서 엄마와 게임시간을 정하는데 컴맹인 엄마에게 자주 안 하는 게임만 말해서 속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장 양은 “가입한 게임사이트가 6개나 되는데 4개만 이용 중이라고 거짓말했다”며 “사실은 나머지 2개가 가장 많이 하는 게임”이라고 말했다.

또 “4개 사이트에서 게임시간을 정하는 데만 이틀이 걸려서 엄마도 지친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디아블로3, 블레이드앤소울 등 인기 게임이지만 청소년 ‘이용불가’라 게임시간선택제 대상이 아닌 경우도 있었다. 일부 청소년은 “성인 인증으로 만들어놓은 지 이미 몇 년이 지나서 부모님이 기억도 못한다”고 말했다.

이나영(16·가명) 양은 “내 휴대폰이 부모님 명의로 가입돼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성인 인증을 받았다”며 “많은 친구가 부모님 명의로 휴대폰을 만들기 때문에 아이디를 만들기 위해 부모님 휴대폰을 훔칠 필요도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문화부의 제도 개선 방안은 여전히 현실을 겉돌고 있다. 지난주 문화부는 ‘안내문구를 눈에 잘 띄게 배치하라’ ‘명칭을 게임시간선택제로 통일하라’ 등 게임업계에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그러나 청소년은 오히려 “게임을 하려고 사이트에 접속했다가 (제도에 대해) 알았다”며 “부모님이 게임 사이트에 접속하지 않는 이상 어떻게 알겠느냐”며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고등학교 3학년생인 안지선(18·가명) 양도 “학생에게만 홍보할 게 아니라 부모님도 이 제도를 알고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며 실효성 제고를 위한 대응 마련을 촉구했다.

서지혜 기자/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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