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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폐허에 온기 불어넣자…예술이 되다
2차 대전때 파괴된 성당, 잔해 그대로 살려 현대식 건물로 재탄생…독일 ‘콜룸바미술관’ 죽기전에 꼭 가봐야 할 명소로
‘건축계의 노벨상’ 수상자
피터 줌토르 10년여만에 완성

벽돌 틈새로 쏟아지는 빛줄기
숭고함·신성한 분위기 연출

전위미술가 요셉 보이스 작품옆엔
나무로 깎은 중세시대 예수상이…
거부감 없는 절묘한 공존도 눈길


[쾰른(독일)=이영란 선임기자]21세기에 접어들면서 세계 건축계는 ‘지속가능한 건축물’에 대한 논의가 더욱 활발해졌다. 급하게 후딱후딱 지었다가 유행이 바뀌거나 쓸모없게 되면 꽈다당 부수고 다시 짓는 건축이 아니라 대대손손 이어갈 건축물, 환경을 해치지 않는 건축물이 화두로 떠올랐던 것.

이런 상황에서 최근 들어 건축가들과 미술관 관계자들에게 ‘죽기 전에 꼭 가 봐야 할 곳’으로 꼽히는 곳이 있다. 바로 독일 쾰른의 ‘콜룸바 미술관(Kolumba museum)’이다. 이 미술관은 세계 2차대전 당시 폭격으로 폐허가 된 옛 성당의 잔해를 그대로 살려, 그 위에 대단히 미니멀한 현대의 미술관을 지으면서 단박에 최고의 문화명소로 떠올랐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전통적 성화와 현대의 아방가르한 예술이 보란 듯 공존하는 ‘작지만 그 자체가 보석같은 미술관’으로 불리고 있는 것.

물론 쾰른에는 1248년부터 장장 600년에 걸쳐 건축된,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고딕양식 교회 ‘쾰른 대성당’이 있지만 3년 전부터는 콜룸바 미술관이 전 세계 문화예술애호가로부터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다. 규모에 있어선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작은 성당미술관이 각광받는 이유는 도대체 뭘까? 


▶하단은 과거, 상단은 현재. 그 아름다운 공존= 콜룸바 미술관의 하단은 폭격으로 파괴된 옛 성당의 잔해로 이뤄졌다. 그리고 그 상단에 길고 가느다란 회색빛 벽돌을 정성껏 쌓아 올려 사각의 간결한 현대식 건물이 사뿐히 올려졌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울퉁불퉁한 비정형의 선과 예리한 직선, 붉은빛 낡은 벽돌과 정갈한 회색의 새 벽돌이 어우러지며 기묘한 아름다움을 뿜어내고 있다. 특히 미술관 내부 1층 전시실을 깊숙히 들어서면 벽돌 틈 사이로 외부의 빛이 살짝살짝 들어와 숭고함을 절로 느끼게 한다.

벽돌을 쌓으며 일부러 작은 점처럼 공간을 만든 건데 이를 통해 투영되는 점점의 빛들은 옛 성당터와 지하 대리석 무덤, 계단을 비추며 신성함을 더해준다. 비 내리는 날이면 조금씩 비도 들이친다. 또 단단한 회색빛 사각건물과 내부의 더없이 단순하고 예리한 벽들은 고색창연한 옛 붉은 성당의 자취와 기이할 정도로 조화를 이루며 이성과 감성, 꽉참과 비움이 공존하게 한다. 지극히 생소한 해석과 방식으로 지어진 이 건물은 전혀 거부감을 주지 않는 것이 놀랍다. 아니 오히려 그것이 지구촌 곳곳에서 더 많은 이들을 끌어모으는 요소가 되고 있다.

1800년대부터 쾰른 중심가에서 사람들의 사랑을 받던 작은 성당은 이제 첨탑 등은 사라져 없고, 그저 지하 공간과 1층의 창문과 벽이 남아 있을 뿐이지만 그 남겨진 잔해만으로도 역사의 깊은 무게감을 장중하게 드리운다. 이 독특한 건물은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 상의 2009년 수상자인 스위스 바젤 출신의 피터 줌토르(Peter Zumthorㆍ69)가 디자인했다.

콜룸바 미술관은 1994년 요하힘 M.플로젝이라는 아트 디렉터가 폐허로 버려진 성당을 복원해 새로운 미술관을 짓자고 제안하며 1997년 건축공모를 시행하며 시작됐다. 이에 피터 줌토르도 이 공모에 지원해 2001년 당선되며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그리곤 2003년부터 2007년까지 건축작업이 시작돼 2009년에 마침내 문을 연 것.

칠순의 이 건축가는 세계적인 건축상 수상자 치고는 그 작업의 범위가 ‘동네 건축가’에 가깝다. 프랑크 게리나 자하 하디드, 노만 포스터처럼 범국가적 프로젝트를 맡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는 세계 건축계로부터 숭앙받는다. 그의 건축물은 예술작품으로 평가받곤 한다. 재료의 본질을 중시하는 춤토르는 “나는 모든 건물이 일정한 온도를 가진다고 믿는다”며 옛 건물이 지닌 스토리와 체온을 오늘의 건물 속에 오롯이 살려냈다.


▶15개의 미술관 전시실도 과거와 현재가 공존= 콜룸바 미술관에는 모두 15개의 전시실이 있다. 크기가 서로 다르고, 형태도 제각각인 이 전시실에는 옛 성당이 보유하고 있던 중세와 근대의 성화 및 성상, 성물이 현대미술과 나란히 전시돼 있다.

이를테면 독일이 자랑하는 현대미술가로 백남준과도 교류했던 전위미술가인 요셉 보이스의 설치작품 옆에, 우윳빛 나무로 깎은 중세의 작은 예수상을 곁들여 놓은 것이 그 예다.

이 밖에도 이 미술관에는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유명작가의 미술품이 속속 자리잡고 있다. 야네스 쿠레릴스, 존 케이지, 빅토리아 벨 등이 그들이다. 이들의 작품은 저마다 그 작품들이 걸려 있어야 할 자리에 똑 떨어지듯 내걸려 이 차분하고 경건한 미술관을 찾는 이들의 시선을 붙들고 있다.

또 한 가지 이 미술관은 창을 많이 내서 창 자체로 내려다 보이는 도시 전경 자체도 하나의 작품처럼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아울러 예술품 못지 않게 수려한 계단, 손으로 일일이 만든 가죽의자 등도 미술관과 통일성을 이루며 보석 같은 미술관에 정점을 찍고 있다. 입장료 5유로.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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