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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설가 최인호, “저의 화두는 다섯살 때 기억”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천주교 서울대교구 ‘서울주보’에 지난 7월1일부터 글을 재개한 소설가 최인호(67·사진)가 이번주엔 6.25 피난길을 회고한 글을 올렸다.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란 글을 통해 작가는 6.25가 발생한 며칠 뒤, 1950년 7월 어느날 엄마의 지휘 아래 큰 누이를 비롯, 두살 젖먹이까지 여섯식구가 숨어지내고 있던 아버지를 찾아 청계산으로 피난가던 얘기를 털어놨다.

그때 그의 나이 다섯살. 다리가 끊어진 한강을 나룻배를 구해 도강한 뒤, 수레를 밀고 끌며 온 가족이 아버지를 찾아가던 며칠간의 피난길을 그는 가족의 출애굽에 비유했다.

피난 가고 없는 빈집, 누에를 기르던 양잠실에서 잠을 자고, 땡볕에 달궈진 끝없는 길을 걸으면서도 그는 아버지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아무 걱정도 없었다고 했다.

“더위를 먹어 배는 남산만큼 튀어나왔고 머리에는 헌데가 나서 견딜 수 없이 아팠지만 저는 뒤뚱뒤뚱 오뚝이처럼 걸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미리 피난 와 있다가 그를 맞아주며 헹가래 쳐서 하늘에 번쩍 들어올렸다 가 부둥켜안던 우주와 같던 아버지 품속을 생각한다.

그때 다섯살의 기억이 지금 그에게 하늘의 문이 되고 있다.

“저는 그때 아빠를 만날 수 있다는 기쁨 하나로 무더위와 부스럼의 고통을 견딜 수 있었습니다. 전쟁의 공포도 없었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없었습니다. 고개 하나 넘으면 아빠가 있다는 말 한마디만이 생명이요, 힘이요, 구원이었습니다.”

그는 워즈워스의 시 ’무지개’처럼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임을 새삼 깨달으며어린이와 같은 사람으로 거듭 태어나길 기도했다.

이번 연재는 9월 30일까지 14주간 이어진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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