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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음의 8할은 미움’ , 소설가 조성기의 ‘미움학개론’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우리 마음의 8할이 미움이라는 감정에 휩싸여 있다. ”

한 번 미움의 말을 뱉어 내면 미움의 마음이 더 짙어지고 연이어 미움의 말을 뱉을 수밖에 없는 악순환을 경험해 본 이라면 이 말에 고개가 끄덕여 질 법하다.

오랫동안 마음의 치유와 관련된 글을 써 온 소설가 조성기 숭실대 교수가 미움해결사로 나섰다. 그는 최근 펴낸 ‘미움극복’(중앙북스)을 통해 미움이 왜 생기는지, 왜 서로 미워하는지, 속마음은 무엇인지, 어떻게 미워하지 않고 살 수 있는지 미움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봤다.

사실 미움은 어느 측면으로 봐도 이로운 구석이 없다. 몸과 마음을 좀먹고 소모적이다. 개인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 뿐 아니라 건강한 사회를 해치고 갈등을 야기시킨다. 저자는 미움을 마음의 칼로 표현한다. 칼로 상대방을 찌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내 자신을 도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미움은 생활 속에서 자주 느끼는 짜증이나 화, 신경질과는 차원이 다르다. 좀 더 원초적이고 끈질기다. 전염성도 강하다.

미움탐색을 위해 조 교수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생활 속에서 미움이 생길 수 있는 사례들을 마음에 떠오르는 대로 노트에 적어가기다. 미움의 실체들은 갈수록 일상생활에서 정치ㆍ사회 현실로, 역사와 신화, 고전, 종교의 차원으로 확대됐다. 


조 교수가 미움의 실체에서 주목하는 건 말이다. 미움의 말을 한 번 쏟아내면 걷잡을 수 없이 미움의소용돌이에 빨려들어가게 된다. “사람은 입을 열어 대화를 할 때만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마음으로 생각을 할 때도 소리를 내지 않은 채 끊임없이 말을 한다”며 생각을 담아내는 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가 들려주는 ‘한비자’의 설난편에 나오는 역린(逆鱗) 이야기. 건드리면 죽게 되는 용의 거꾸로 선 비늘과 같이 사람마다 결코 건드려서는 안 되는 역린이 있다고 말한다. 그 역린을 건드리면 인간관계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그건 다름 아닌 치명적인 말이다.

명상법으로 유명한 틱낫한이 권하는 천천히 걷기, 호흡도 미움을 회피하는 방법의 하나. “미움으로 마음을 다스리기 힘들 때 심호흡을 하며 천천히 호젓한 오솔길을 걸어 보는 것도 좋은 처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움의 집은 관계다. 부부나 부자관계, 교수와 제자관계, 직장상사와 동료관계를 이해할 때 미움의 싹을 잘라낼 수도 있다.

저자는 관계를 ‘순망치한’(脣亡齒寒)으로 본다. 비록 상대방이 부족한 점이 있다 하더라도 미움으로 내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다.

어디를 가든 미운 사람이 있다고 한다면 자기 자신을 미워하는 자기혐오를 외부의 대상에게 투사하는 게 아닌가 살펴보라고 저자는 권한다. 자기를 긍정하고 사랑하게 될 때 비로소 다른 사람들에 대한 미움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미움의 감정은 결국 인간관계에서 자기 자신에게 레드카드를 내미는 것과 같다”는 것.정말 미워해야 할 대상을 잘 찾는 것도 중요하다. 피해자는 때로 당한 것도 모자라 가해자가 느껴야 할 죄책감마저 껴안곤 한다. 따라서 정당하게 미워한 연후에 용서의 단계로 넘어가는 게 필요하다.

미움에 사로잡히지 않고 미움 없이 살 수는 없을까.

저자는 에코토 마사루의 물의 결정 실험을 들려준다. 컵 속에 든 물을 향해 미워하고 욕하는말을 계속 했더니 물의 결정이 파괴되는 현상이 현미경으로 관찰된 것이다. 역으로 물의 결정이 가장 아름다운 경우는 ‘사랑’과 ‘감사’라는 말을 동시에 들려줬을 때였다.

미움이 마음에 자리잡는 과정은 대개 한 가지 생각에서 시작된다. 상대방의 불친절한 한두 마디 말이나 미심쩍은 태도가 자꾸만 생각나 몰두하게 된다. 그 생각을 떨치려 해도 잘 되지 않고 꼼짝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이런 집요한 미움의 감정은 뇌에서 노르아드레날린을 분비하는데 이 호르몬은 자연계에서 독사의 독 다음으로 독성이 강하다.

그렇다면 미운 사람을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그와 먹고 마시라고 말한다. 함께 먹고 마실 때 교류되는 친밀한 감정이 어떤 원한이나 마음도 녹일 수 있다는 것이다.

‘쾌청만설’(快聽慢說)도 해법 중 하나. 저자는 “자기 말을 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일을 우선시하는 쾌청만설의 습관은 주변 사람들을 편하게 하고 자칫 생기기 쉬운 미움들을 잠재울 수 있다”고 말한다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미움과 반목의 문제부터 성향과 세계관, 가치관이 다름에서 오는 미움 등 여간해선 뽑히지 않는 미움을 이해하고 벗어나는 길이 멀지만은 않다.


/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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