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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담 기록만 많으면 S등급 교사인가요?”…교사ㆍ학교 ‘줄세우기’ 성과급제, 현장 반발 ↑
[헤럴드경제= 박수진 기자]경기도 소재 모 초등학교에 재직 중인 교사 정모(33ㆍ여)씨. 정 교사는 지난 5월 발표된 개인별 성과 평가에서 SㆍAㆍB등급 중 A등급을 받았다. 정 교사는 총 5개 평가 지표 중 생활지도분야, 특히 학생 상담 실적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쉬는 시간에도 학생들과 대화를 하고, 아이들과 수시로 편지도 주고 받으며 고민 상담을 해온 그는 평가를 납득하기 어려웠다. 교감에게 이유를 묻자 “기록된 상담 횟수가 적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정 교사는 “학생 상담을 횟수와 기록으로 평가한다는 것이 황당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지난 해 신설된 서울 소재 모 혁신형 초등학교는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직접 학교 현장을 찾아 학교 내 프로그램의 우수성을 칭찬할 만큼 인정을 받았지만 올해 학교별 성과 평가에서 가장 낮은 B등급을 받았다.

신설학교로 의욕을 갖고 일하던 교사들은 평가 결과를 보고 힘이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이 학교 강모 교장은 “객관적 지표에 의한 결과이니 어쩔 수 없지 않겠나”면서도 “교육현장에 대한 상대평가의 문제점”이라고 말했다.

교사 및 학교를 평가지표에 따라 세등급으로 나눠 상여금을 차등 지급하는 개인별ㆍ학교별 성과급제에 대한 일선 현장의 반발이 여전하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2월 발표한 ‘2012년도 교육공무원 성과상여금 지급 지침’에 따라 지난 5월 개인별 성과급 지급을 완료하고 현재 학교별 성과급 지급을 진행 중이다.

교원별 성과상여금 제도는 지난 2001년, 학교별 성과급은 지난 2011년부터 지급되고 있다. 교사 성과급은 각학교에서 자체적으로 마련한 평가지표에 따라 교사 개개인의 평가 결과를 S(30%)ㆍA(40%)ㆍB(30%)등급으로 나눠 지급된다. 학교 성과급은 각 시ㆍ도교육청이 교과부에서 만든 공통지표와 자체적으로 만든 자율지표를 기준으로 학교를 평가한다. 같은 학교 교사들은 동익 액수의 학교별 성과급을 받는 셈이다. 전체 성과급 중 개인별 성과급은 80%, 학교별 성과급은 20%를 차지한다. 교과부가 올해 개인성과급 최고ㆍ최저등급 간 차등 폭을 지난해보다 확대함에 따라 개인ㆍ학교 모두 최고등급(S)를 받은 교사와 최저등급(B)을 받은 교사의 성과급 차이는 145만6350원까지 벌어진다.

교사들은 학생 교육의 양질 여부를 정량 평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반발하고 있다. 교사 및 학교 간 과열경쟁을 초래해 교육의 본질 마저 왜곡화하고 있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지난 2009년 한국교총이 교원 55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학교별 성과급제에 반대하는 의견이 전체 교사 10명 중 7명 꼴로 나타났다. 지난 2010년에는 10~12월동안 학교별 성과급제 폐지에 동의하는 입법청원에 무려 15만3000여명이 참여하기도 했다. 전교조는 올해 지역별 조합원과 비조합원 모두를 대상으로로 학교별성과상여금을 모아 균등 분배하는 캠페인을 진행할 계획으로 현재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경기 모 초등학교 교사인 홍모(29)씨는 “아이들의 체력발달율이 평가지표에 포함돼있는데 무조건 체육수업을 많이 하는 것이 아이들의 체력발달을 돕는 것은 아니지 않나. 솔직히 체력은 가정 환경 및 식습관과 연관성이 높은데 왜 교사와 학교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삼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충북 모 중학교 교사 조모(47)씨도 “학교의 자율성을 존중한다면서 결국 평가는 획일적 지표에 따라 정량적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이러니다. 교육의 우수성 여부를 수치화한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각 시ㆍ도교육청 및 교과부에는 성과상여금제에 불만을 지닌 교사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평가 결과에 대한 불만이나 평가 자체에 대한 비판의견 등 교사들의 건의사항이 전화 및 인터넷을 통해 접수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현장의 건의사항을 취합해 교과부에 보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교과부는 성과상여금제가 학교 교육의 질 향상 및 협력체제를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교과부는 학교별 성과급의 비율을 지난해 10%에서 올해 30%까지 확대할 계획이었으나 교원단체 및 현장의 반발로 20%까지만 확대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성과급제가 교육 현장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일부 교육 현장의 민원 및 건의사항도 적극 수렴해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교과부는 오는 10일 전국 16개 시ㆍ도교육청 담당 장학사 및 직원들과 함께 회의를 열고 교원 성과상여금제에 대한 개선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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