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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웨일스의 아들 긱스, 이젠 영국의 아들
단일팀 대표로 올림픽 출전
첫 국제대회 본선 감회 남달


한 사내가 축구장 입구에서 축구공을 품에 안고 처연히 신문을 읽는다. 이윽고 육중한 철문이 열리고 남자는 터벅터벅 경기장 안으로 들어간다. 남자의 머리 위로는 브라질의 2002한일월드컵 우승을 축하한다는 글귀와 함께, 다음 월드컵에선 웨일스가 건승하길 바라는 문구가 새겨진다. 4년 뒤 2006독일월드컵. 남자는 이번엔 자신의 집 정원에서 현란한 드리블을 뽐낸다. 요란한 축구 중계가 뒤따른다. 혼자만의 결승전 상대는 잉글랜드. 퍼디낸드와 베컴을 잇따라 제치고 남자는 골을 터뜨린다. 마침내 우승. 남자는 화단의 꽃병에 입을 맞추고 마치 우승컵 마냥 들어올린다.

주인공은 라이언 긱스(39). 한 스포츠용품 회사가 내놓은 시리즈 광고는 긱스의 스토리를 압축시켜 보여준다. 1990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최고 명문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 입단한 뒤 20년이 넘도록 최고의 간판스타로 활약하고 있지만 국제대회와는 전혀 인연이 없던 그다. 조국인 웨일스는 이 축구천재를 뒷받침 해주기엔 너무 허약했다. 긱스는 웨일스 대표팀에서 64경기를 뛰었지만 단 한 번도 월드컵이나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본선에 나서지 못한 채 2007년 대표팀에서 은퇴했다.

기회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잉글랜드는 왼발의 달인, 드리블의 마술사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엘리자베스 여왕까지 나서 긱스의 이름이 새겨진 대표팀 유니폼을 보고 싶다고 나설 정도였다. 사실 긱스가 잉글랜드 대표로 뛰어도 크게 이상할 것이 없었다. 비록 웨일스 카디프 태생이지만 유년기와 청소년기 대부분을 맨체스터에서 보냈다. 그러나 긱스는 국제대회의 영광보다 조국에 대한 사랑을 택했다.

그런 긱스가 마침내 국제대회 본선에 모습을 드러낸다. 긱스는 지난 3일(한국시간) 발표된 영국 단일팀(Team GB) 명단에 와일드 카드로 이름을 올렸다. 진작부터 “경험해보지 못한 일을 하고 싶다”며 강한 의욕을 드러낸 긱스는 대표팀 발탁 이후 “런던올림픽 간판만 봐도 흥분된다”며 단단한 각오를 내비쳤다.

반면 데이비드 베컴(37)은 탈락, ‘좌 긱스-우 베컴’ 조합을 기대한 축구팬들을 아쉽게 했다. 둘은 1993년부터 2003년까지 맨유에서 함께 뛰며 6차례 팀을 리그 정상에 올려놓았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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