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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일 ‘라이프치히화파’를 아세요? 현대미술의 새 대안
[헤럴드경제= 이영란 선임기자] 세계 미술계에서 독일 라이프치히를 중심으로 한 ‘라이프치히 화파’는 ‘회화의 부활’을 선도하는 미술집단으로 손꼽힌다. 이들은 설치, 미디어아트에 밀려 날로 그 입지가 좁아지는 회화의 본령을 끈질기게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가의 손맛을 느끼게 하는 아날로그적 표현방식과 옛 동독이라는 지역적 특수성 등은 오늘날 세계로 하여금 라이프치히 화파를 주목하게 한다.

‘현대미술계 악동’인 데미안 허스트 등을 배출한 영국 작가그룹 ‘yBa(Young British Artists)’가 매우 자유분방하고 전위적이라면, 독일 라이프치히 작가들은 지극히 사실적이고 냉철하다. 따라서 작품마다 대부분 서늘한 긴장감이 감돈다.

독일 현대미술, 특히 현대회화와 사진을 한자리에서 음미할 수 있는 독일 현대미술전 ‘German Now’가 경기도 성남의 성남아트센터 미술관에서 오는 6일 개막된다. 이 전시는 ‘신라이프치히 화파’를 집중적으로 조명한 전시로, 국내에서 쉽게 작품을 접하기 힘든 쟁쟁한 작가를 포함해 모두 20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라이프치히 화파’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도 공산 치하의 옛 동독에서 급변하는 외국의 사조와 단절된 채 사회주의적 작품의 전통을 이어갔다. 대상의 사실적 표현에 충실했던 것이다. 물론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며 새 사조가 유입됐지만, 이들은 전통을 유지하며 ‘신(新)라이프치히 화파’를 구축했다.

이번 전시는 이 라이프치히 화파의 시작에서부터 현대까지 옛 동독 현대미술의 흐름을 한자리에서 조망할 수 있도록 했다. 참여 작가는 틸로 바움가르텔, 크리스토프 루크해베를레, 페터 부쉬, 톰 파르리치우스, 우베 코브스키, 로자 로이(네오 라흐의 부인이다), 토비아스 레너, 외르크 헤롤드, 팀 아이텔, 마익스 마이어, 하트비히 에벌스바흐 등이며, 대작회화와 사진, 설치 등 60여점이 나온다. 


그 중 가장 눈여겨볼 작가는 동갑내기 화가인 틸로 바움가르텔(40)과 크리스토프 루크해베를레(40). 바움가르텔은 공간과 시간을 뛰어넘어 불확실하고 경이로운 그림을 통해 비현실적인 공기를 독특하게 드러내고 있다.

반면에 루크해베를레는 즐겁고 발랄하게 인물을 표현한다. 다소 우스꽝스런 복장과 표정의 인물들은 화려한 색채로 강렬하게 묘사해 보는 이의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한다. 


‘기록의 고고학자’라는 닉네임을 지닌 외르크 헤롤드의 작품은 매우 감성적이다. 여행과 연구를 바탕으로 그림을 그리는 헤럴드는 모든 사회구조에 깃든 소멸의 징후를 포착해 작업한다. 그의 작품은 또 소외된 이들의 의식과 그들의 궤적을 추적하고 있다.

하트비히 에벌스바흐의 작품은 라이프치히 화파의 그림 중에서는 가장 즉흥적이고 표현적이다. 굵은 붓에 원색의 물감을 잔뜩 묻혀 캔버스에 힘차게 내려그은 선들은 역동적인 인간의 펀치, 또는 뱀 사자 코끼리를 떠올리게 한다. 또 자신의 꿈을 형상화한 작업들도 있다. 마치 황홀한 춤을 추는 듯한 에벌스바흐의 회화는 독일식 액션페인팅의 또다른 계보를 잇고 있다. 


사진작업 중에서는 마익스 마이어의 작품이 주목된다. 마이어는 지난 2009년부터 4년간 라이프치히의 독일국립도서관이 신축되는 과정을 시리즈로 찍었다. 따라서 100여점에 달하는 그의 ‘RaumBuch’ 시리즈는 현대적 구조의 도서관의 내부를 집중적으로 담고 있다.

작가는 도서관 건설과정 동안 구성과 해체 등의 작업을 통해 인간이 만들어내는 공간과 그 공간이 드러내는 이미지를 렌즈에 담았다. 그의 기하학적이면서 예리한 사진들은 현대인의 삶에 가장 중요한 공간, 그 공간 속 인간의 존재를 성찰케 한다. 전시는 오는 9월 2일까지. 성인 7000원. 초중고생 5000원. 월요일 휴관. (031)783-8000 

<사진제공=UNC갤러리>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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