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이명박 대통령의 처사촌, 손윗동서 동생이 정권 초중기 권력형 비리로 처벌받을 때까지만 해도 아직 괜찮았다. 하지만 지난 해 사촌처남이 제일저축은행에서 청탁 대가로 4억 원을 받고 실형을 받으면서 암운이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결국 친형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 차례까지 돌아왔다. 저축은행 비리는 이 대통령의 정신적 보루마저 무너뜨렸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70) 씨는 정권 내내 속을 썪였던 ‘못난 형’이었지만, 이 전 의원은 이 대통령을 임기 전반에 걸쳐 후원했던 든든한 지원자이자, 막후 실세였다. 이같은 급반전이 대통령에게는 더욱 큰 충격인 셈이다.
정권 말기에 대통령의 혈족이 비리 혐의로 사법처리 수순을 밟는 것은 통과의례가 돼 버렸다. 대통령 임기와 같이 5년마다 반복되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현철(53) 씨는 ‘소통령’으로 불리며 국정에까지 간여하다 97년 기업인들로부터 수십억 원을 받고 증여세를 포탈한 범죄가 드러나 2년간 징역을 살았다.
이를 맹비난하며 들어선 DJ 정부도 정권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재임중 차남 홍업(62) 씨와 삼남 홍걸(49) 씨가 이권 청탁 등의 대가로 뇌물을 받아 실형을 선고받는 아이러니에 빠지고 말았다.
대통령 아들의 비리에서 친형의 비리로 바뀐 시초는 노 전 대통령 시절부터다. 건평 씨는 노 전 대통의 표현대로라면‘별 볼일 없는 촌부’였지만, 이권과 청탁이 있는 곳에선 ‘봉하대군’으로 통했다. 취임 첫해인 2003년 9월 대우건설 사장의 연임 청탁과 함께 3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고, 2005년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 때는 농협중앙회장에게 로비를 해주고 30억 원을 받은 사실이 노 대통령 퇴임 후 드러나 2008년 12월 구속됐다.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이 확정돼 수감 생활을 하다가 2010년 특별사면으로 형기를 10개월 남겨두고 풀려났다.
이 전 의원도 역사의 아이러니에 빠질 공산이 크다. 3일 이 전 의원을 소환해 조사중인 검찰은 혐의 입증과 사법처리를 자신하고 있다. 나아가 건평 씨가 ‘박연차 리스트’ 사건의 시발점이 됐던 것처럼, 이 전 의원의 수사와 사법처리가 ‘임석 리스트’의 전주곡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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