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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개월된 ‘고쇼’에서 부족한 건 정체성
[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지난 4월 6일 첫선을 보인 토크쇼 SBS ‘고쇼 GO SHOW’가 3개월이 다 돼 간다. 아직 프로그램의 포맷이 완전히 정착하지 않은 상태에서 실험을 하고 있어 뭐라 단정짓기는 힘들지만 토크쇼로서의 정체성은 아직 약한 편이다. 토크쇼 춘추전국시대라 할 수 있는 요즘, 예능 생태계에서 여전히 정체성이 약하다는 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말과도 같다.

‘고쇼’는 고현정이라는 스타의 특성을 가지고 나온 토크쇼도 아니고 후발주자 토크쇼로서의 새로운 정체성을 제시한 것도 아니다. ‘고쇼’의 형식인 ‘스타 오디션’과 캐스팅 여부를 두고 ‘고쇼’의 정체성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물론 윤종신과 정형돈, 김영철이라는 MC의 차별성이 없지는 않지만 고현정이 끌고나가는 부분이 워낙 미약하다 보니 개별 MC의 특성만 나오지 세 MC의 시너지는 기대하기가 어렵다.

‘고쇼’는 고현정 쇼가 아니었다. 단순한 이슈 메이킹이었다. 오히려 기존의 토크쇼에서 트렌드와 이슈 포인트들을 적절히 포착해 낸 토크쇼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고쇼’에는 ‘라디오스타’나 ‘해피투게더’ ‘놀러와’ ‘승승장구’ 등 온갖 토크쇼의 특성을 담고 있는 토크쇼 종합선물 상자가 돼 버렸다. 이 자체가 심각한 문제는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 나가면 된다. 하지만 아직 그 방향을 잡지 못하고 여전히 모색 중에 있다. 


지난 22일 방송된 ‘미남이시네요’ 특집은 게스트의 외모에 집착해 균형을 잃어버렸다. MC진이 유해진의 ‘돌출 입’에 대해 집중 공략해 무례한 토크쇼라는 느낌이 들게 했고, 결과적으로 함께 초대한 성동일과 이문식을 ‘병풍’으로 만들었다.

타이틀은 ‘미남’이라는 반어법을 써 가볍게 시작하더라도 결코 예사롭지 않을 이들 조연의 영화계에서의 에피소드와 인생 경험 등이 자연스레 묻어나 연륜있는 토크쇼로 확장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MC진은 유해진의 ‘입’에 관한 질문이 큐카드 4장 분량이라며 계속 물고 늘어졌다. 물론 이어진 지난 29일 방송에서 이문식과 성동일도 자신의 개인사와 가족사를 충분히 보여 줘 밸런스를 회복했지만, 아직 ‘고쇼’만이 들려줄 수 있는 차별성이 생긴 건 아니었다. 


‘고쇼’는 토크쇼의 주인인 고현정이 뒤로 빠져버리면서 정체성이 더욱 모호해졌다. 메인 MC로서의 부담이 강해 자신의 분량을 줄이는 것은 이해되지만 ‘미남이시네요’편에서 오고 간 토크가 고현정쇼의 특성이라고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고현정은 토크쇼에 자신의 이름만 빌려주고 있는 형국이다.

진행자의 이름을 내건 토크쇼가 정착하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다. 1989년 시작된 ‘자니윤쇼’와 ‘주병진쇼‘ ‘이홍렬쇼’ ‘이승연의 세이세이세이‘ ‘김혜수의 플러스 유’ ‘서세원쇼-토크박스’ 등 과거 성공한 토크쇼 사례도 있지만 최근에는 더욱 어려워졌다. ‘박중훈쇼’ ‘주병진 토크콘서트’는 모두 조기 폐장했다.


따라서 고현정이 메인으로 나서지 않는 ‘고쇼’는 영민한 전략이다. 호스트인 고현정이 너무 말을 많이 한다든가 해서 그 집에 놀러온 사람들의 존재감이 가려져서는 안 된다. 주인이 앞에 나와 설치는 건 지나간 트렌드다. 하지만 필요할 때는 나서야 한다. 집주인이 최소한의 개입으로 토크의 분위기를 띄워주는 건 좋지만 엉뚱한 방향으로 가는 데도 교통경찰 노릇을 하지 않는다면 무질서 토크쇼가 될 가능성이 있다.

‘고쇼’는 감정기복이 있는 호스트인 고현정이 정리하고 맥을 잡아 주며 균형을 세워 나가는 작업이 부재하기에 정체성의 모색 과정이 더욱 길어질 수밖에 없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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