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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취일생(淺醉一生) - 조용필 ‘꿈’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국민’이라는 접두어는 노래 좀 한다는 중견 가수라면 한 번쯤 머리에 써봤을 흔한 감투다. 여러 사람 손을 타 헤질 대로 헤진 감투일지언정 여전히 그 위엄이 살아있는 가수들이 몇몇 있는데 그 중 가장 먼저 추려지는 이는 조용필일 것이다.

전성기 때 숱한 히트곡으로 전 세대를 아우르며 사랑받았던 조용필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국민가수’다. 세상엔 덜 알려져 안타까운 가수와 노래도 많지만, 너무 많이 알려져 평가절하 당하는 억울한 가수와 노래도 더러 있다. ‘국민가수’ 조용필에게도 그런 범주에 속하는 노래가 다수 있다. 90년대 초반에 발표된 앨범 중에 유독 그런 노래들이 많은데 91년에 발표한 13집 앨범 ‘The Dreams’의 타이틀 곡 ‘꿈’이 대표적이다. 조용필의 후반부 디스코그래피는 아직도 많은 부분이 대중들에게 ‘미지의 세계’다.

조용필은 ‘국민가수’이기 이전에 충만한 실험정신을 소유한 록커(Rocker)다. 80년대 초반 히트곡 ‘촛불(2집 수록곡)’과 ‘물망초(3집 수록곡)’에서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를 느꼈다면 개인적인 착각일까? 7집(‘어제 오늘 그리고’·‘미지의 세계’·‘여행을 떠나요’ 등 수록)에서 이르러 확고한 정체성을 갖춘 ‘조용필 록’은 10집(‘모나리자’·‘I Love 수지’ 등 수록)과 12집(‘추억속의 재회’·‘해바라기’ 등 수록)을 거쳐 13집에 이르러 절정에 달한다.



‘꿈’은 잘 만든 록넘버임과 동시에 산전수전 다 겪은 어른들의 음악이다. 몽환적인 연주에 실린 단순명료한 멜로디는 조용필의 작심한 허스키 보이스를 타고 폭발한다. 작곡, 편곡, 연주, 녹음 모두 당대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은 노래이지만 가사 역시 조용필 전 곡을 통틀어 최고의 수준이다. 적수공권으로 ‘화려한 도시’에 올라와 ‘빌딩 숲을 헤매다 초라한 골목에서’ 마신 ‘뜨거운 눈물’의 기억이 있다면 ‘꿈’의 가사 하나하나가 가슴에 못처럼 박힐 수밖에 없다. 이 노래에 어울리는 술은 소주다. 해 저문 평일 저녁, 위로가 없는 세상살이에 지쳐 한강변으로 나와 강바람을 안주삼아 불 켜진 빌딩숲을 바라보며 들이키는 차가운 소주 한잔. 흐린 술잔에 기대어 ‘꿈’의 가사를 곱씹다보면 아련했던 ‘고향의 향기’가 선명하게 ‘들려온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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