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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칼럼 - 김성진> 착각에 빠진 프로야구팀 모기업 회장들
팬들이 야구에 열광하는 건
기업로고 아닌 야구 그 자체
10구단과 겸상 싫다는 대기업들
야구 그만두는게 나을지도…


한국의 프로야구는 태생적으로 자연스러운 탄생과 거리가 멀다. 지금 국내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국민 스포츠’로 자리 잡았지만, 1982년 역사적인 출범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자랑하던 군사정권의 엄명으로 시작됐다. 당시 기업의 입장에서는 ‘생돈을 뜯기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30년이 지난 지금은 다르다. 하루평균 5만명이 프로야구 경기장을 가득 메우고, 몸소 야구를 즐기는 사회인 야구인도 수십만명을 헤아린다. 바야흐로 야구의 전성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 관중 800만명을 바라볼 수 있을 만큼 야구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내년이면 9번째 팀이 입성한다. 팬들이나 선수들은 당연히 10번째 팀이 2014년이면 태어날 걸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프로야구단 사장으로 구성된 KBO(한국야구위원회) 이사회는 지난 19일 10구단 창단을 무기한 유보한다고 발표했다.

프로야구가 있는 국가 중 홀수 팀으로 리그를 운영하는 곳은 없다. 하지만 프로야구단 사장님들, 아니 그들의 실제 의사결정권자인 대기업 회장님들은 이런 ‘기본 상식’쯤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이사회가 내세운 ‘인프라가 취약하다’는 명분은 참으로 옹색하다. 10구단 창단이 무산됐다는 소식에 선수들은 ‘올스타전과 WBC 보이콧’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약자인 선수들로서는 이것 외에 달리 저항할 방법이 없다. 그러자 10구단 반대파 기업들은 “올스타전 보이콧을 하면 규정대로 10경기 출전정지의 징계를 내리자”며 민심과 동떨어진 발언을 하고 있다. 팬들을 볼모로 하는 잘못된 행위란다. 팬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기나 하는지….

왜 구단 사장님들, 그들의 보스인 기업 회장님들은 10구단 창단에 쌍지팡이를 짚고 반대하는 걸까. 그들에게 야구팀과 선수들은 자사의 제품이기 때문이다. 매년 엄청난 적자를 보며 팀을 운영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누가 들어와서 과실만 따먹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또 작은 기업이 들어와 대기업 팀을 이기면 무슨 망신이냐는 우려를 할 수도 있다.

착각도 대단한 착각이다. 기업 회장실과 홍보실은 야구단이 이기면 기업이 잘한 것이고, 야구단이 지면 기업이 잘못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팬들이 열광하고, 팬들이 실망하는 것은 야구팀 때문이지, 그들이 달고 있는 기업로고 때문이 아니다. 히트상품은 기업이 노력한 결과물이다. 프로야구팀은 아니다. 팬들의 환호와 박수와 눈물과 애정이 수십년간 쌓이며 성장한 생물(生物)이다. 부인하고 싶겠지만 야구팀은 팬들의 것이다. 10구단과 겸상하기 싫으면, 야구팀에 들어가는 돈이 아까우면 당신들 대기업이 그만두는 게 야구를 위해서는 훨씬 나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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