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과 연장 혈투 무승부
승부차기서 4-2로 꺾고 결승행

유로2008 이어 월드컵도 제패
대회 우승땐 축구사 새 이정표


‘무적함대’ 스페인은 강했다. 호날두의 포르투갈도 최선을 다했지만, 스페인의 골문까지 가는 길은 너무 멀고 험했다.

이베리아반도의 이웃나라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유로 2012 준결승전이 스페인의 승부차기 승리로 끝났다. 전력상 우승후보 스페인이 앞섰지만, 이틀간 더 쉬며 체력을 충전한 포르투갈과의 대결은 만만치 않았다. 많이 뛰고 롱패스로 수비를 괴롭힌 포르투갈을 막느라 천하의 스페인도 식은 땀을 흘려야했다.

하지만 포르투갈의 힘으로 스페인을 막아낼 수 있었던 것은 120분까지였다.
수많은 스타들을 나락으로 떨어뜨렸던 ‘11m의 룰렛’ 승부차기에서 살아남은 것은 스페인이었다. 스페인은 28일(이하 한국시간) 우크라이나 돈바스아레나에서 열린 포르투갈과의 준결승전에서 전후반 90분과 연장 전후반 30분 득점없이 비겼지만 승부차기에서 4-2로 이겼다.

선축에 나선 스페인의 1번 키커는 사비 알론소. 포르투갈의 GK 파트리시우가 방향을 완전히 읽고 이를 막아냈다. 포르투갈의 기쁨도 잠시, 무티뉴의 슈팅 역시 스페인 GK 카시야스의 손에 걸렸다. 양팀은 이후 2차례의 슈팅을 성공시켜 2-2를 이뤘다.

하지만 포르투갈의 운은 거기까지였다. 스페인의 라모스가 GK를 농락하는 파넨카킥으로 3-2 리드를 잡았다. 반면 포르투갈의 4번째 키커 알베스의 슛은 크로스바를 강타하고 튕겨나왔다. 결국 스페인의 최종 키커 파브레가스가 쐐기골을 넣으며 길었던 승부를 마감했다. 포르투갈의 호날두는 승부차기를 해보지도 못하고 환호하는 스페인을 지켜봐야했다.

스페인은 독일-이탈리아전 승자와 오는 7월2일 결승전을 갖는다.

유로 2008, 2010 남아공월드컵을 제패하며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팀으로 자리매김한 스페인은 이로써 대회 2연패와 사상 최초의 메이저 대회 3연속 우승에 한발 다가섰다. 과거 서독과 프랑스가 유로와 월드컵을 잇달아 우승하긴 했지만, 3개대회 연속 우승에는 실패했었다.

스페인은 유로 2008 우승 이전까지만해도 무적함대라는 별명이 무색하게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못해 종이호랑이로 불렸다. 클럽에서 활약하는 선수 개개인의 역량만 놓고 보면 이미 수많은 우승컵 컬렉터가 되었어야 했지만 번번히 중도탈락했다. 유로 2008 우승이 무려 44년만의 주요 국제대회 우승이었다.

이는 그동안 계속 스페인의 발목을 잡아왔던 민족감정이나, 클럽간의 라이벌 의식 등으로 전력을 극대화하지 못했던 아킬레스건이 이제 어느정도 치유됐다는 반증으로 보인다. 두 차례 메이저 대회 우승을 하는 과정에서 자신감을 얻었고, 팀이라는 인식을 갖게 된 것이다. 물론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 사이의 태생적인 반감이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스페인 국기를 달고 뛰는 경기에서는 달라져야한다는 것을 체감했다는 반증이다. 여기에 화려한 개인기 못지않은 정신력까지 갖추면서 더욱 강해졌다.

사비 알론소나 이니에스타의 스페인이 아니라, 스페인의 이니에스타와 사비 알론소가 됐다는 것이 스페인을 세계 최강으로 올려놓았다. 믿을만한 스트라이커가 없다는 것도 나머지 선수들의 탄탄한 팀워크로 극복했다. 누가 골을 넣을지, 누가 골잡이인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누구라도 골을 넣을 수 있는 것이 스페인 축구의 힘이다.

이런 스페인을 이기기란 어려울 수 밖에 없다.

김성진 기자/withyj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