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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인호의 전원별곡] (전원명당 59) 예천군 회룡포 일대 “용이 놀던 동화의 마을…주변에 전원둥지 틀어볼까”
예천의 ‘회룡포’를 만난 것은 사실 우연이었다.

한여름을 무색케 하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어느 날, 충북 괴산의 ‘산막이옛길’ 일대를 답사한 뒤 예천군농업기술센터를 방문하기 위해 문경~영덕 간 국도(34번)를 따라 차를 몰려 느긋하게 주변 지역과 풍광을 ‘눈 카메라’에 담았다.

산세가 만만찮은 문경을 지나 예천면에 들어서자마자 ‘용궁면(龍宮面)’이란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갓 지나온 문경과는 달리 아기자기한 산들이 감싸 안은 평야지대다. 푹푹 찌는 날씨임에도 되레 편안하고 포근한 느낌이 들었다.

“허, 내륙에 용궁이란 지명이 붙었다면 명당이란 얘긴데….”

살며시 고개를 드는 호기심을 억누르고 가던 길을 재촉하던 차에 이번엔 회룡포(回龍浦)란 표지판이 손짓을 하며 유혹한다.

“용(龍)궁면에 회룡(龍)포라, 한 마리도 아닌 두 마리 용이 부른다면…” 

예천 용궁면 회룡포 일대 위치도

더 이상 그냥 지나칠 수 없어 회룡포를 향해 냅다 차를 돌렸다. 정오를 막 지난 시점이라 어차피 지금 예천군농업기술센터에 가봐야 점심시간, 회룡포부터 만나보자는 심산이었다.

그런데…, 명당의 심술인가!!

초행길 나그네에게 회룡포는 쉽사리 그 모습을 허락하지 않았다.

실제로 그를 만나러 가는 짧은 길에 여러 회룡포를 만났다.

회룡포여울마을, 회룡포정보화마을, 회룡마을, 회룡포마을….

아마 회룡포를 찾아가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가 진짜 회룡포인지 헷갈렸을 것이다. 필자 역시 그랬다.

퇴약 볕 아래 연신 땀을 훔쳐내며 반나절 동안 용 두 마리를 찾아 헤매다 보니 서서히 정리가 됐다. 회룡포여울마을〉회룡포정보화마을〉회룡마을〉회룡포마을로 이해하면 얼추 맞다.

마치 용이 승천하듯 내성천이 휘감아 흐르는 회룡포마을

■용궁면이 품은 명당, ‘육지의 섬’ 회룡포마을

예천군 용궁면은 최북단에 있는 왕의산(王衣山·339m)을 제외하면 해발고도 200m 이하의 평지로 형성되어 있다. 금천의 지류인 기천이 중앙지대를 흐르고 내성천이 남부를 거쳐 낙동강으로 흘러든다. 이 용궁면이 남단 끝자락에 품은 ‘육지 속 섬’이 있으니, 바로 명당 회룡포마을이다.

용궁면 대은(2)리에 속한 회룡포마을은 예전에 ‘의성개, 의성포’라 불렸다. 안동 하회마을처럼 내성천이 마을을 거의 한 바퀴 휘감아 도는 ‘물돌이 마을’이다. 회룡이란 명칭에 대해 한 주민은 “용이 강(내성천)을 따라 산을 부둥켜안고 용트림을 하듯 상류로 올라가는 모습에서 지어졌다”고 들려줬다. 회룡포마을은 6.25전쟁 당시 피난지로도 유명하다.

회룡포마을의 진면목을 보려면 인근 비룡산에 있는 장안사를 지나 전망대로 올라가야 한다. 헐떡거리며 도착한 산 정상의 팔각정 전망대에서 바라 본 회룡포는 한마디로 ‘동화의 마을’ 그 자체였다. 산과 들과 강의 사랑스러운 어울림은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다.

마을을 휘감아 도는 내성천은 낙동강, 금천을 만나 몸을 섞는다. 그곳이 바로 삼강과 마지막 주막이 있는 곳, 이른바 삼강주막이다. 

회룡포마을을 감아도는 내성천과 백사장

회룡포마을(의성개)로 진입하기 위해 회룡교를 건너면 마을을 알리는 표지판이 나오는데, 헷갈리게도 거기에는 ‘회룡포마을’과 ‘회룡마을’이 함께 적혀있다. 여기서 회룡마을은 예전의 자연부락 ‘회룡’으로 옆동네인 의성개(회룡포마을)로 진입하기 전에 나타난다. 회룡은 뒷산이 비룡산이고 내성천이 새을(乙)자로 돌아 흐르는 곳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예부터 감이 유명할 정도로 감나무가 많다. 도로변의 건물마다 각종 곤충들을 그려놓은 이색 벽화들이 눈길을 끈다.

회룡마을(회룡)에서 찻길은 끝이 난다. 강건너 회룡포마을(의성개)로 가려면 넓은 백사장과 강을 가로질러 놓은 좁고 긴 다리(여기선 ‘뿅뿅다리’라 한다)를 걸어서 건너야 한다. 구멍이 숭숭 뚫린 건축공사장용 철판을 깔아 만든 다리 밑으로는 맑은 물을 휘젓고 다니는 쏘가리, 은어 등이 마치 손을 뻗으면 잡힐 듯하다. 운동장 보다 넓은 광활한 은빛 모래밭을 걷노라면 어디선가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는 노랫가락이 들려오는 듯하다.

이렇듯 회룡포마을의 특이한 지형과 주변의 아름다움이 널리 알려지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몰리기 시작했다. KBS드라마 ‘가을동화’와 ‘1박2일’촬영지로 유명세를 타면서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 필자가 회룡포를 찾은 날은 평일임에도 관광버스와 관광객들이 쉼 없이 드나들었다. 마을 주변은 회룡포지구 개발사업(자연체험 학습공원 조성)의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하지만 이는 역으로 회룡포마을이 정작 전원생활 터로서는 부적합한 환경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풍수명당이자 전원명당이었어도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관광명당이 되는 순간, 그 터는 더 이상 전원명당이 아니다. 이후 쾌적하고 호젓한 분위기는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비룡산에서 바라본 내성천 주변 마을

■관광명당은 더 이상 전원명당이 아니다

회룡포마을과 회룡마을은 이후 회룡포 정보화마을, 회룡포 여울마을로 그 영역이 확대됐다. 회룡포 정보화마을은 대은리와 향석리를 포함하며, 회룡포 여울마을은 농촌마을 종합개발사업 권역으로 여기에 읍부리와 무이리가 더해진다.

만약 이곳에 전원 터를 마련하고자 한다면 이미 관광명소로 변해버린 회룡포마을(의성개)과 인근 회룡마을(회룡) 보다는 먼저 대은리와 향석리 전체를 놓고 찾아보는 것이 좋다.

대은리(大隱里)는 지명 그대로 호젓하게 살기에 좋은 곳이다. 옛날 파평윤씨 집성촌이 연산군의 폭정을 피하여 옮겨왔는데, 이 마을이 크게 숨을 수 있는 곳이라 하여 대은리라 하였다고 전한다.

자연마을로는 의성개(회룡포마을)와 회룡(회룡마을)을 비롯해 대은(대은역, 역골, 역촌), 실름실(실음실), 신당, 고두실(동림), 쌍수문걸이 있다. 대은은 파평윤씨 집성촌으로 대은리에서 제일 큰 마을이다. 실음실은 마을이 옥녀가 비파를 타는 것과 같이 생겼다(옥녀탄금)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신당은 신당이 있던 자리에 마을이 생겼다하여 이름 지어졌다. 고두실은 마을이 동쪽의 높은 곳에 있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회룡포여울마을

향석리(鄕石里)는 마을 앞으로 향석들이 있고 남쪽으로 내성천이 굽이돌며 흐른다. 자연마을로는 구읍(향사리, 안마), 지잣걸(시항), 돌우물(석정), 생교골(향교, 교촌), 샛마, 성밑(성저)이 있다. 석정은 마을 복판에 옛 용궁현감이 식수로 쓰던 물이 암석 사이에서 용솟음 치는 샘이 있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지잣걸은 60여전부터 교회가 들어서 있다. 교촌은 용궁향교가 있는 곳에 생긴 마을이며, 성저는 원산성 아래에 있는 마을이라는 뜻이다.

좀 더 전원 터 물색지역을 확장해보고자 한다면, 대은리와 향석리와 더불어 회룡포 권역(회룡포 여울마을)에 속하는 읍부리와 무이리도 관심을 둘만 하다. 4개 리로 구성된 회룡포 권역은 농경지 616ha, 임야 561ha, 기타 49ha 등 1226ha의 면적에 농가 410호, 비농가 515호 등 총 925호, 2224명이 거주하고 있다.

그동안 ‘풍요와 물빛이 감아 도는 회룡포 여울마을’을 비전으로 71여억 원을 들여 마을 안길 포장, 하수도 정비 등 기초생활기반을 조성하고 마을회관, 회룡포 송림 조성, 내성천 수변 환경정비 등 문화경관을 개보수했다. 또 향석폐교 리모델링, 유교문화경관정비, 테마조형물 등 농촌관광의 틀을 마련하고 공동육묘장을 만들어 주민들의 소득기반 조성은 물론 컨설팅, 마케팅, 주민교육, 축제활성화 등 지역역량강화 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비전있는 마을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헤럴드경제 객원기자,전원&토지 칼럼리스트,cafe.naver.com/rm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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