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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앗, 저 검은 비닐봉지 강아지를 호주미술관이 샀다고?’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 무언가가 잔뜩 담긴 것같은 검은 비닐봉지들을 이어붙인 김홍석의 강아지 조각이 호주의 유명 미술관에 소장된다. 사진으로만 보면 ‘비닐봉지 조각을 어째서 미술관이 구입한 거지?’하고 의아해하기 십상이다. 그런데 이 조각의 소재는 특수 합성수지다. 비닐처럼 보이지만 만져보면 매우 딱딱한 조각인 것이다.

호주 브리스번의 국립미술관 퀸스랜드 아트갤러리(약칭 QAGOMA)는 한국작가 김홍석(48)의 입체작품 ‘개 같은 형태(Canine Construction)’(2009)를 수집하기로 확정했다. 퀸스랜드 아트갤러리는 1895년에 설립된 미술관으로, 현재 1만3000점에 달하는 회화와 조각 등을 소장 중이다. 특히 르네상스시대 회화에서부터 장식미술, 현대미술까지 호주 및 전세계 작가의 다양한 미술품을 보유하고 있다. 


퀸스랜드 아트갤러리가 소장하게 될 김홍석의 작품 ‘개 같은 형태’는 작가가 지난 2004년부터 추진해온 공공미술 프로젝트 ‘퍼블릭 네이처(Public Nature)’에 포함된 조각이다. 이 프로젝트는 비닐봉지, 종이상자처럼 사람들이 일상에서 늘 쓰고, 자주 마주치는 재료로 일련의 공공미술적 오브제를 만드는 작업이다. 김홍석은 너무나 낯익은 이들 재료를 그대로 사용하는 게 아니라, 이를 합성수지로 똑같이 재현해 강아지 조각이며 박스 조각 등을 만든다. 

당연히 ‘검은 비닐봉지려니..’하고 작품에 가까이 다가가면 딱딱한 합성수지여서 감상자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작가는 바로 이런 의외성과 아이러니에 착안해, 일반의 고착화된 의식에 한방(?)을 먹이는 작업을 펼치고 있는 것.

이번 ‘개 같은 형태’는 서울 삼성미술관 리움(Leeum)의 ‘미래의 기억’전에 출품된바 있으며, 2009년 런던 프리즈 아트페어, 2010년 마이애미 아트 바젤에 출품돼 큰 인기를 모았던 작품이다. 

김홍석의 Canine Construction(개 같은 형태) 2009, casted resin. 235x88x162(h)cm,                                      ⓒ국제갤러리

서울대 미대 조소과를 졸업한 뒤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아카데미에서 수학한 김홍석은 조각, 회화, 설치, 비디오, 퍼포먼스를 넘나들며 활발하게 작업해온 아티스트다. 소위 ‘비엔날레 작가’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베니스비엔날레, 이스탄불비엔날레, 광주비엔날레, 티라나비엔날레, 타이페이비엔날레, 발렌시아 비엔날레 등 국제미술제에 연속적으로 참여해왔다.

또 일본의 모리미술관, 미국의 워커아트센터와 LACMA, 영국의 헤이워드갤러리, 오스트리아의 쿤스트할레 빈 등 세계 유명미술관의 그룹전시에 참가하기도 했다. 지난 2010년 뉴욕의 티나킴갤러리, 2011년 서울 소격동의 아트선재센터와 베니스의 베빌아쿠아 라 메사 재단에서 개인전을 가졌던 그는 오는 8월말에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막되는 ‘올해의 작가상: 2012’전에 참가한다.

한편 호주를 대표하는 미술관인 퀸스랜드 아트갤러리는 오는 12월에 ‘제 7회 아시아 퍼시픽 트리에날레(Asia Pacific Triennale 약칭APT)를 펼친다. 1993년부터 시작된 APT는 호주는 물론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주요미술제로 자리매김 중이다. 김홍석은 이 미술제에 3점의 작품을 출품한다.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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