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19세기초 독일 낭만주의 예술가들에겐 이 단어가 더욱 각별했다. 합리주의, 계몽주의의 경직된 유산에 맞섰던 저들은 ‘원더러스트’를 주요 개념으로 내세웠던 것. 그리고 여기, 벨기에의 근현대 작가들이 선배들의 꿈을 잇는 작업을 시도했다.
벨기에 정부의 지원 아래 브뤼셀자유대학의 한스 드 울프 교수는 ‘원더러스트: 또다른 언덕 너머로 가는 끊임없는 여정’이란 전시를 기획했다.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아트선재센터(부관장 김선정)에서 개막된 이 전시는 따라서 벨기에 근현대미술전쯤 된다.
이번 전시에는 20세기 서양미술사에 큰 족적을 남긴 거장 마르셀 브로타에스(Marcel Broodthaers 1924~1976)와 파나마렌코(Panamarenko, 72)의 작품이 나왔다. 또 프란시스 알리스(Francis Alys), 마르셀 브로타에스(Marcel Broodthaers), 호노레도(Honore d’O), 죠엘 투엘링스(Joelle Tuerlinckx)도 참여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호노레도의 설치작업이다. 그는 서울 정릉천과 성북천을 찾아 플라스틱 판자로 만든 보행자도로를 강 위에 설치했다. 아트선재센터에는 그 개념을 압축해 풀어낸 작업을 내놓았다. 이 작품은 흐르는 강 저편에 도달하고픈 사람들의 염원을 잘 드러낸다. 또 ‘물위를 걷는다’는 개념은 개인의 종교적 신념을 보여주는 유럽의 기독교전통과 맞닿아 있다.
파나마렌코의 천재적 발명품도 전시됐다. 파나마렌코는 과학과 기술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40여년간 비록 실현되진 않았으나 제대로 작동했더라면 비범한 발명품이 되었을 기계장치들을 여럿 고안해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렇했듯 파나마렌코 역시 예술가이자 비범한 과학적 혜안을 갖추고 있었던 것. 그 중 서울 전시에는 지금 봐도 흥미로운 로봇 공학과 설계도, 도안 등이 나왔다.
또 올 ‘카셀도큐멘타13’에 비극적 현대사로 얼룩진 아프가니스탄에서 시행한 작업을 선보였던 프란시스 알리스의 멕시코시티 작업도 볼 수 있다. 알리스는 멕시코 시티에선 느긋하게 산보하며 시적 감흥을 즐겼다.
이렇듯 ‘원더러스트’전은 아티스트들의 남다른 상상력을 통해 지금 우리가 겪는 사회적 억압과 부조리에서 벗어날 방안을 찾도록 자극한다. 특히 여행의 의미를 곱씹게 한다. 작고작가인 마르셀 브로타에스의 대표적 작품 ‘겨울정원’이 좋은 예다. 브로타에스는 토종 야자나무, 소박한 야외용 의자로 겨울정원을 만들고, 영화와 멜랑콜리한 음악을 틀어놓아 우리를 위무한다. 그의 설치작업은 당시 유럽작가에게는 물론, 지금 작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여간해선 만나기 힘든 마르셀 뒤샹(1887-1968), 보에티(1940-1994) 등의 희귀한 작품도 전시되며, 괴테(1749-1832), 스턴(1713-1768), 클레브니코프(1885-1922)에 관한 문서도 볼 수 있다. 전시는 8월12일까지. 성인 3000원,학생 1500원. 02-733-8945
사진제공=아트선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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