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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봇 닮아가는 몰개성의 인간들
‘가장 인간적인 인간’이란 상(賞)이 있다. 인간적이라는 건 과연 어떤 것일까? 컴퓨터 기술이 인간의 능력에 가까워질 때 피와 살이 아닌 인간을 인간이게끔 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기계와의 비교를 통해 그 답을 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 전문가들이 모여 채팅 로봇의 기술력을 측정하는 튜링 테스트 경연대회. 테스트의 조건은 이러하다. 심사위원은 인간과 기계를 알아볼 수 없는 상태에서 문자로 대화를 주고받고 누가 인간이고 누가 기계인지 가려내야 한다. 테스트를 거친 뒤 자신이 인간임을 가장 확실히 어필한 참가자에게는 ‘가장 인간적인 인간’이란 타이틀이 주어진다.

그리고 지난 2009년 이 부문의 우승자인 브라이언 크리스찬이 지은 책의 제목 역시 ‘가장 인간적인 인간’이다. 저자에 따르면 튜링 테스트는 기계의 능력을 측정하는 동시에, 인간의 소통 능력과 인간성을 시험하는 테스트이기도 하다.

저자는 인간성을 어필하기 위해 무엇보다 개성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컴퓨터엔 어떤 개인의 비전도, 취향도 존재하지 않는다. 문제는 개성의 상실이다. 저자는 대화 로봇들이 모방 게임에서 승리하는 까닭이 로봇이 인간을 닮아가기 때문이라기보다 인간이 로봇을 닮아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위키백과사전 같은 집단지식과 자동완성 기능에 의존할수록 개인은 제 목소리를 잃고 무색무취한 존재가 되기 쉽다는 것이다. 또 합리주의 편향 역시 인간의 기계화를 부추긴다. 인간은 “생물 위에 압정으로 고정시켜 놓은 컴퓨터”가 아니며 이성 편향을 버리고 동물성을 회복해 새롭게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하지만 저자는 컴퓨터 기술의 발전을 마냥 부정적으로 바라보지만은 않는다. 외려 저자는 진보의 발걸음을, 인간을 잠에서 깨우는 구원의 경종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김기훈 기자/kih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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