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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여년 주류영업 외길…‘고졸신화 완결판’ 장인수 사장
오비맥주 신임대표 선임 “영업은 가슴으로 하는 것
부족함 채우려 더 긴장하고 노력”


오비맥주의 팀장급 이상 간부는 지난 20일 오전 11시께 예정에 없던 콘퍼런스콜(전화회의) 소집령을 전달받았다. 최대주주인 미국계 사모펀드 KKR(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의 이사회가 끝난 직후였다. 장인수(57) 영업총괄 부사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신이 이날로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됐다는 내용이었다.

장 사장은 “영업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하는 것이라고 배웠다. 점유율 경쟁에 연연해하지 말고 낮은 자세로 고객 감동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까지 밝혔다. 따로 취임식 없이 이런 메시지로 갈음했다. ‘현장 본위’인 장인수 스타일이다.

장 사장이 ‘고졸신화’의 완결판을 써내려가고 있다. 요즘 주요 대기업이 고졸 채용을 앞다퉈 진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학력을 따지는 한국 풍토에선 드문 일이다. 장 사장은 실력으로 학력은 이력서를 채우는 데만 필요한 스펙이란 것을 입증해왔다. 


1973년 대경상고를 졸업한 뒤 30년 가까이 주류 영업직에 몸담은 ‘영업의 달인’이다. 처음엔 진로에서 소주 ‘참이슬’을 성공시켰다. 오비맥주로 옮긴 2010년 1월부터는 맥주를 팔았다. 하이트진로에 뒤처진 오비맥주의 위상을 끌어올리기 위해 ‘발상의 전환’을 했다. 맥주는 신선도가 맛을 결정하기에 갓 생산한 맥주를 팔려고 이른바 ‘밀어내기 영업’을 금지시켰다. 결과는 대성공. 지난해 말 하이트맥주의 15년 아성을 무너뜨리고 맥주시장 정상을 차지했다. 올 1분기 시장점유율도 오비맥주가 53.8%, 하이트진로가 46.2%로 격차를 벌리고 있다.

‘학력 콤플렉스’가 현재의 장 사장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1980년 5월 공채로 진로에 입사할 때엔 정부에서 학력철폐를 유도했기에 별 어려움은 없었다. 이후 승진과 급여에서 불이익을 받았다. ‘직장생활은 한순간에 모든 게 결정되는 100m 단거리 경주가 아닌 마라톤과 다름없다’고 자위했다. 그의 소신도 이 즈음 완성됐다. ‘2등은 1등보다 더 뛰어야 한다’는 것. 그는 “부족함을 보완하기 위해 ‘더’가 필요했다. 그만큼 ‘더’ 긴장하고 ‘더’ 노력하면서 달려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장 사장은 영업직원을 만날 때마다 자신을 ‘나를 따르라고 외치는’ 이스라엘 장교에 빗댄다. 어떤 상황에서도 최선두에 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영업에 휴머니즘을 입히고, 솔선의 리더십을 갖춘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홍성원 기자>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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