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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 ‘퍼펙트 스톰’ 위기…정당도 개혁하고 개혁하라
국회공전·4대강·방송법·FTA…
18대 내내 물리적 충돌만 거듭

19대 한달 아직 제자리 못찾고
소통단절 등 심각한 위기 직면
대화·타협통해 반드시 극복을…



지난 18대 국회는 정말 최악의 국회였다. MB정부의 쇠고기 재협상으로 촉발된 촛불시위와 야당의 국회 등원 거부, 노무현 전 대통령 투신과 그로 인한 장기간 국회 공전, 4대강 사업과 보수언론의 종편 참여를 허용한 방송법 개정,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인준 등을 둘러싸고 4년 내내 여야 대치와 물리적 충돌로 이어진 게 바로 18대 국회였다. 그런데 걱정스럽게도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19대 국회는 18대보다 더하면 더했지 나아질 것이 없다고 다수 국민은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첫째, 대선을 코앞에 두고 있다. 2007 대선은 이명박 후보가 앞도적으로 앞섰지만 이번엔 전혀 예측이 어렵고 그만큼 치열한 선거가 될 것이다. 박근혜 전 새누리당 대표나 민주통합당 모두 정권 획득에 대한 열망이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하다. 무한경쟁이 뻔하다. 정책 경쟁보다는 네거티브가 더 극성을 부릴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태에서 국회가 제대로 운영되기는 쉽지 않다.

둘째, 여야 모두가 상대 지도부를 진심으로 대화할 상대로 보지 않고 있으며, 리더십까지 취약하다. 이는 국회의 정상적 운영에 큰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

셋째, 정치권이 그 어느 때보다 불안정하다. 여당은 친박(親朴)과 비박(非朴) 간 심각한 갈등, 야당은 전당대회에서 노출된 친노(親盧)와 비노(非盧) 간 앙금의 후유증이 그대로 남아 있다.

얼마 전 결혼중매회사에서 미혼 여성을 대상으로 배우자 선호직업을 조사했는데, ‘정치’가 최악의 직업으로 꼽혀 화제였다. 우리 정치는 너무 깊은 중병에 걸렸다. 지금 경제의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 위기를 말한다. 그러나 정치는 더 심각한 퍼펙트 스톰에 직면했다.

SNS 대중화가 몰고 온 기존 정당 체제의 위기, 선거 부정에 따른 민주주의 절차의 위기, 그리고 국민에게서 외면당하는 입법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우리 정치를 바깥세상을 전혀 모르는 ‘플라톤의 동굴’에 비교한다면, 또 19세기 구한말이나 중국의 정치에 비교한다면 기분 나쁠까? 19대 국회의원들은 선거를 통해 바닥 경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서민들의 고통지수가 얼마나 큰지 피부로 느끼고 있다. 현장에서 느끼는 정치 불신도 깊이 체험했다. 지금 다가오는 경제위기나 국제질서 재편 움직임도 우리 정치인들은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지금의 정치에 계속 머무른다면 19세기 정치보다 더 문제가 있다고 해도 할 말이 없지 않은가?

국회 초기 1년이 나머지 3년을 좌우한다. 몸싸움방지법이 마련됐는데 일부에선 국회 기능의 마비를 우려한다. 그러나 근본 취지는 힘들더라도 타협하라는 것이다. 특히 청와대는 초월자 입장에서 법이나 예산 통과만 지시해 왔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 대통령은 국회를 존중하고 직접 나서서 설득하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여당도 청와대 거수기 역할에 머무르지 않았는지, 그리고 야당은 대안정당으로서의 소임을 다했는지 깊이 반성해야 한다.

우리 정치는 조직의 논리와 결벽성이 너무 강하다. 타협을 기회주의로 보는 경향이 많다. 국회에서 치열한 논쟁은 당연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타협해야 한다. 민주주의에서는 절대 승자나 패자도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야 지도부는 맞아죽어도 타협을 해낸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돌이켜보면 18대 국회는 지지자들의 입장만 대변할 뿐 해결하는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진영의 논리 전달에 충실했던 국회는 오히려 국민에게서 멀어지기만 했다는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정당도 획기적으로 변해야 한다. 정당은 소통의 부족, 절차의 비도덕성 등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획기적인 개혁을 이번엔 해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정당은 헤어나지 못할 수렁에 잠길 가능성이 높다. 위기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기회는 피나는 노력을 통해 이뤄질 수 있으며, 이는 19대 국회의원에게만 주어진 특권일 수 있다.

<헤럴드경제 고문ㆍ전 국회의원>


정장선 前의원은 누구
▷성균관대ㆍ연세대 행정대학원 졸
▷16ㆍ17ㆍ18대 국회의원
▷국회 지식경제위원장
▷민주당 사무총장



※20년 정치인생의 궤적을 돌아보고 싶다며 전격 불출마 선언, 자연인으로 돌아온 정장선 전 국회의원의 칼럼‘ 세상 속으로’를 연재합니다. 의정활동 내내‘ 합리적 중도주의자’란평가를 받은 정 전 의원은 균형을 잃지 않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등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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