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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규제 입법 감시 과민반응할 일인가
경제민주화 입법을 둘러싼 정치권과 재계 간 신경전이 날카롭다. 금세라도 전면전에 돌입할 듯한 태세다. 엊그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한국규제학회와 ‘의원 발의 입법 규제 모니터링’을 하겠다고 밝힌 게 전선 확산의 기폭제가 됐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오만방자한 쿠데타적 발상”이라며 최고 수위의 불쾌감을 표시했을 정도다. 하지만 전경련도 호락호락 물러날 것 같지는 않다. 경제민주화의 모순과 허상을 낱낱이 밝히겠다며 단호한 입장이다. 정치권 압박에 수세적이었던 이전과는 대응 강도가 확연히 다르다.

정치권과 재계의 첨예한 대치는 연말 대통령 선거와 무관치 않다. 이른바 재벌 때리기는 유권자의 표심을 자극해 지지표를 결집하는 매우 유효한 수단 중 하나다. 여야 가릴 것 없이 경제민주화를 앞다퉈 들고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 징후는 지난 4월 총선전부터 드러났다. 경쟁적으로 경제민주화 공약을 내건 정치권은 19대 국회가 시작하기가 무섭게 관련 법안을 쏟아내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 대형 유통업체의 중소 도시 진입 제한, 대기업 지배 중소기업의 소상공업 진출 제한,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금지 등 종류도 다양하다. 그러나 정치 논리에 더 밀리면 시장주의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게 재계의 상황인식이다. 이전 같지 않은 배수진을 치는 것은 이런 연유다.

물론 재계라고 해서 개혁의 예외지대일 수는 없다. 대기업의 전횡이나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 행위 등 고질적 폐해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나 정치권이 지금 보이는 행태는 개혁의 본질과는 거리가 한참 멀어 보인다. 당장의 표를 겨냥한 규제 입법은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경제 활동을 옥죄는 역효과만 초래할 뿐이다. 전경련이 규제 관련 법안을 모니터링하겠다는 것은 이런 부작용을 미리 막아보자는 차원이며, 이는 유권자의 당연한 권리다. 정치권이 “돈으로 헌법을 짓밟는 것”이라며 감정적으로 대응할 일은 아니다.

정ㆍ재계 간 갈등은 국회가 열리고 대선이 다가올수록 수위가 높아질 게 분명하다. 하지만 이러한 힘겨루기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정치권이 시대착오적인 포퓰리즘적 발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경제민주화와 재벌 개혁 논의가 필요하다면 공론의 장을 마련하고 이해당사자들 간 진지한 토론을 거쳐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정도다. 재계 역시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 더욱 노력하고 분발해야 한다. 상식과 윤리에 입각한 경영이 뿌리내리면 정치권이 감히 감 놔라 배 놔라 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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