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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응암동 연쇄방화범’ 지적장애 20대男…“불길 타오르는 모습에 희열 느껴”
[헤럴드경제= 박수진 기자] 지적장애 2급으로 중ㆍ고생 수준의 지적 능력을 지닌 A(27) 씨. 인쇄물제작소에서 3년 째 일하며 성실한 청년처럼 보이던 그가 사실 서울 은평구 응암동 일대를 몇달 째 불안에 떨게 한 연쇄방화범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지난 4월부터 최근까지 서울 응암동 일대 재활용 의류수거함에 시너를 붓고 불을 붙이는 방법으로 수차례 연쇄방화를 저지른 혐의(현주건조물방화 및 일반건물방화)로 A씨를 검거,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지난 4월부터 5월까지 응암동 일대 주택가에서 고엽제전우회 등이 설치해 놓은 재활용 의류 수거함 및 폐지 더미 등에 신문지를 넣은 후 인화성 물질인 시너를 붓고 라이터로 불을 붙이는 방법으로 모두 7회에 걸쳐 연쇄방화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불우한 가정환경과 부모의 잦은 부부싸움 등에 화가 나거나 어머니에게 꾸중을 들을 때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이같은 방화를 해온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그는 주거지 인근 페인트 가게에서 시너를 3000원에 구입한 뒤 놀이터 인근 인적이 드문 곳에 숨겨 놓고 밤 늦은 시간 몰래 집을 나와 의류수거함 및 쓰레기더미 등에 연쇄적으로 불을 지른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밝혀졌다.

A 씨의 방화로 지난 4월 초 자정께 서울 응암동 소재 모 분식집이 전소해 수천만원의 재산 피해를 입기도 했다. A 씨가 의류수거함에 불을 붙인 것이 바로 옆 분식집까지 옮겨 붙으면서 가게가 모두 타버린 것. 다행히 가게 주인 부부가 급하게 몸을 피신한 덕에 인명피해는 없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A 씨는 경찰조사에서 방화의 이유를 가정불화로 인한 스트레스 해소였다고 밝혔다. 그는 “어머니가 술을 마시면 나를 때리며 꾸중을 하는 것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며 “불을 지른 뒤 소방차나 경찰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출동하는 모습이나 불길이 타오르는 모습을 보면 스트레스가 풀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방화 후 몸을 피했다가 소방차 등이 출동하면 범행 현장으로 돌아와 화재 진압모습을 구경하기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지적장애인의 경우 판단 능력이 낮다보니 순간의 감정대로 행동을 해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사회로부터 소외된 이들이 평소에 억눌렸던 심정을 우발적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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