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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이슨 므라즈와 감정과잉가수들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최근 남이섬에서 열린 ‘레인보우 아일랜드 2012’ 페스티벌에는 미국 뮤지션 제이슨 므라즈(Jason Mraz)가 나오는 바람에 무려 2만여명의 관객이 몰렸습니다. 캠핑하듯 돗자리를 깔고 편안한 자세에서 므라즈의 음악을 감상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습니다.

팝과 록, 재즈와 컨트리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므라즈는 비트와 그루브가 있음에도 클라이맥스에서는 힘을 빼 듣는 사람들을 편안하게 했습니다. TV 속에 나오는 남미 같은 곳을 여행하다 열대 과일을 먹으며 나무그늘에서 듣는다면 근심걱정이 사라질 것 같은 음악이었습니다. 어쿠스틱 사운드의 효용가치도 이런 것일 겁니다.

므라즈는 딱 자신의 감정만큼 노래했습니다. 그렇게 불러도 충분히 서정성과 감동을 전달할 수 있었고, ‘활력’과 ‘신명’을 느낄 수도 있었습니다. 러브송 ‘Lucky’는 달콤하게 살랑살랑 다가왔으며, 어쿠스틱 기타를 치면서 부르는 ‘I’m yours’를 들으면 몸이 살짝 들썩거립니다. 므라즈가 특히 한국 여성팬에게 인기가 많은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함께 음악을 듣던 일행 중 한 사람이 제이슨 므라즈가 100% 힘을 발휘하지 않고 노래한다고 말했습니다. 감정 과잉, 자의식 과잉의 음악을 많이 듣고 있는 우리에게는 그렇게 들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디션 예능 프로그램에서 음악을 듣는 기회가 많아지다 보니 지르는 노래, 열창하는 노래에 너무 익숙해져 마치 므라즈가 충분한 성의를 보이지 않고 대충 노래하는 느낌을 주지 않았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감정 과잉 창법은 한국인에게 꽤 어필할 수 있습니다. 한국 가수 중에는 감정 과잉의 음악으로 대중과의 접점을 만들어내 인기를 끌고 있는 뮤지션들이 제법 있습니다.

하지만 감정 과잉 창법은 특별한 그 무엇이 없는 한, 오래갈 수 있는 전략은 아닙니다. 가까운 예로 한때 인기가 있었던 소몰이 창법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것만 봐도 알 수 있겠죠.

이는 음악이나 예능 모두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이승철은 일류는 자신은 감동하지 않는데 남이 감동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승철이 고음에서 터트리지 않고 절제하는 건 이런 이유라고 했습니다. 신동엽의 예능 철칙은 오버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오버를 하면 한두 번은 효과가 있지만 그다음은 보여주기가 어렵다고 하더군요.

오디션 예능에서 열창하는 참가자의 점수가 높게 나오기도 했지만, 이제 옥석이 가려지는 단계에 접어든 것 같습니다. 이제 ‘나가수 2’에서도 고음을 많이 쓰며 지르는 가수들이 반드시 유리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나가수 2’의 김영희 PD도 ‘나가수’식 창법과 ‘나가수’식 편곡을 사용해 파워풀한 노래를 하지 않고 자신의 음악색깔을 보여주기만 해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보완해나가겠다고 했습니다.

므라즈는 옷차림도 한국인이 주었다는 ‘평화’라고 쓰인 티셔츠를 입고 나와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노래를 불렀습니다. 큰 무대에 오르는 사람치고는 지나치게 소박하더군요. 그의 소박한 음악에서는 숲의 향기가 느껴졌습니다. 화려한 치장을 한 가수, 카리스마를 잔뜩 살리려는 가수가 무대에서 별로 감동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별것 없는데 있는 체하는 가수들이죠.

하지만 므라즈는 뭔가 있는데도 없는 듯이 노래하는 가수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자신의 감정만큼 솔직하게 노래하는 가수에게서 순도와 진정성을 더 잘 느낄 수 있다는 건 보편적 인간 감성일 것 같습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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