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카페서 강도모의
수시 모니터링 일망타진
경찰 사이버수사팀 개가
인터넷 카페인 ‘한탕주의’. 이 카페에서는 회원들이 채팅으로 “함께 한탕하자”는 범죄 제안을 하곤 한다. 첩보를 듣고 이 카페 회원으로 등록한 한 형사에게 실제로 A(38) 씨는 쉽게 돈버는 방법이 있다며 은밀한 제안을 했다. 형사는 A 씨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위장하고 A 씨를 서울 강남 모 처로 유인해 검거했다. A 씨는 귀가하던 여성을 둔기로 때려 현금을 강취하는 등 4차례에 걸쳐 ‘퍽치기’로 380만여원 상당의 금품을 강탈한 것으로 수사 결과 밝혀졌다.
경기 파주경찰서 이대우(46) 지능범죄수사팀장이 소개한 사이버수사 얘기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와 같이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범죄를 사전에 인지해 수사, 범죄를 차단하는 일이 가능해진 것이다.
범죄를 예언하는 역할은 주로 경찰 사이버수사팀이 대신하고 있다. 지난달 온라인 게임 ‘디아블로3’ 출시 행사에 앞서 ‘새치기하지 말라’며 온라인 커뮤니티에 흉기로 위협하는 사진을 올렸던 속칭 ‘칼빵남’ A(26) 씨를 총포, 도검, 화약류 단속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한 것도 사이버 수사팀이다. 경찰은 출시 당일 행사장을 찾을 예정이던 네티즌들이 위협을 느낄 것으로 보고, 불안감 해소 차원에서 수사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이 같은 미발생 사건에 대해서도 처벌이 가능하다. 내란, 외환, 방화, 살인, 강도, 통화에 관한 죄 등은 특정 범죄의 예비(범죄준비행위 단계)에 대해서도 2년에서 10년 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인천에서도 폭탄 등 무기류 판매를 미끼로 강도행각을 벌이려던 대학생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인천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물품 매매 포털사이트에 실제 갖고 있지도 않은 사제 시한폭탄 등 무기류를 판다는 가짜 광고를 올린 B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B 씨는 구매 의사를 밝힌 6명을 물품 거래를 빙자해 인천 연안부두로 유인, 둔기로 때린 뒤 금품을 빼앗으려 한 혐의다.
경찰청 관계자는 “사전에 범행을 차단하기 위해 온라인에서 특정 사이트나 개인 블로그를 상시 모니터하는 것은 통신비밀보호법상의 제약을 받고 있고, 인력도 부족해 힘든 상황”이라며 “각 지방경찰청에서 운영하고 있는 ‘누리캅스’라는 사이버 명예경찰과 일반인들의 제보를 받아 수사에 착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권문제가 결부돼 있어 완벽한 사전범행 방지는 현행법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예비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범행 계획이나 준비 정도, 범행 의도의 확실성에 따라 사안을 판단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의도하지 않았던 행동까지 범행으로 볼 수 있는 등 판단 자체가 주관적일 수 있어 인권침해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그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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