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인수합병 직후마다 자회사 대규모 감원 단행
-김정주 넥슨회장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두 CEO의 전략적 결단
-엔씨소프트 ‘블레이드앤소울’과 ‘길드워2’등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대작게임 넥슨의 글로벌 사업과 만나 시너지를 일으키는 방향으로 경영 청사진을 잡을 것
[헤럴드경제=서지혜 기자]엔씨소프트의 창사 이래 최초,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이 게임 업계 전반에 메가톤급 파장을 몰고 오고 있다.
지난 8일 엔씨소프트의 경영권 인수 이후, 경영에 간섭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넥슨이 엔씨소프트에 사상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구조조정이 미칠 파장에 게임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엔씨소프트에 따르면 이번 구조조정의 목적은 대작 게임 중심으로 개발 인력을 재배치하는 것이다. 여기에 지난 5일부터 넥슨의 자회사인 넥슨 네트웍스가 본사 경력직을 채용하면서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넥슨측은 이번 구조조정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꺼리고 있으나 엔씨소프트가 국내에만 2800여 명의 직원을 거느린 업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회사인 만큼 이번 구조조정의 여파는 클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번 엔씨소프트의 구조조정이 김정주 넥슨 회장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두 CEO의 전략적 판단이 녹아든 결정으로 보고 있다.
대작 게임 빈곤으로 늘 아쉬움을 달래야 했던 김정주 넥슨 회장과 ‘블레이드앤소울’ 등 자사 게임이 글로벌 시장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 고민이 많았던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넥슨의 엔씨소프트 인수를 계기로 전격적인 구조조정이라는 형식을 통해 고민해결의 돌파구를 마련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넥슨이 인수·합병(M&A)을 진행할 때마다 피인수된 회사에서 보여준 대작 게임 중심의 조직 개편도 이번 구조조정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넥슨은 지난 2008년 7월 네오플을 인수한 후 게임라인업 대다수를 정리하고 대표 게임 ‘던전앤파이터’에만 집중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2010년 7월 넥슨에 인수된 ‘서든어택’의 개발사 게임하이도 인수 직후 구조조정으로 2009년 말 422명 이었던 직원 수를 2010년 말 198명으로 줄이고, ‘서든어택’에 집중하는 과감한 경영 전략을 택했다. 특히 신규 개발팀과 스튜디오를 서든어택 위주로 정리했다.
2011년 4월에는 ‘불멸온라인’, ‘아틀란티카’ 등을 제작한 엔도어즈를 인수할 당시에는 넥슨과 엔도어즈 인력 간 조직개편이 대대적으로 이뤄졌다.
한편 최근 넥슨이 자회사 넥슨네트웍스의 본사 경력직을 채용하면서, 엔씨소프트가 게임하이와 엔도어즈 등 다른 넥슨 자회사들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넥슨네트웍스는 넥슨의 온라인게임운영전문기업으로 지난 5일부터 컨택센터 고객상담, QA(Quality Assurance), CS(Customer satisfaction) 및 직무 교육 강사, 게임 웹 운영관리 등 총 네 개 분야에서 경력직 직원을 모집하고 있다. 제주지역에서만의 경력직 채용은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에, 대작 중심으로 경영 체제를 개편한 뒤, 넥슨과 엔씨소프트 간 조직 개편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엔씨소프트의 대규모 감원은 대작 게임 위주로 업계가 재편되는 의미가 있는 만큼 앞으로 업계 전반에 양극화 바람이 심화되는 결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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