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들이 하루종일 스마트폰을 끼고 산다고 하지만 이 사람 만큼 자주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사람이 또 있을까. SK텔레콤의 네트워크 품질을 총괄하는 유지창 네트워크 엔지니어링 본부장은 현장에서 직접 체험하는 것이 품질체크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한다. 전체 LTE가입자 1000만 명을 향해 달리는 지금 그는 무선 데이터와 가장 격렬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사람 중 한 사람이다.
그러다보니 유 본부장의 모든 일상은 무선 데이터 속도 점검에 맞춰져 있다. 산을 오르다가도 장비가 보이면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속도 체크는 기본이고 사진도 찍어서 직원들과 공유한다. 점심시간 식당에 가면 남들은 메뉴판을 보고 음식을 고르지만 유 본부장은 사람이 많은 곳에서 행여 속도가 느려지지나 않는지 스마트폰부터 꺼낸다. 심지어 침대 머리맡에는 늘 서너개의 스마트폰이 늘 놓여져 있다. 자기 전에도 경쟁사의 속도와 비교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참 피곤하고 신경을 많이 쓸 수밖에 없는 일이다. 하지만 유 본부장은 “통신 고객들이 누구보다 눈높이가 높고 피드백이 빠르지 않냐”며 “피부로 느껴봐야 망을 어떻게 설계하고, 어떤 장비를 도입할지 가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3G에서 4G 격인 LTE로 넘어오면서 통신시장에는 LTE전쟁, 속도전쟁, 가입자전쟁 등 ‘전쟁’이란 말이 습관적으로 붙는다. 이통사 간 경쟁은 더 치열해졌고, 고객은 더 높은 품질을 요구한다. 통신사들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유 본부장은 ‘행복한 고민’이라고 말한다. 2000년 중반부터 한국 통신업계는 무선 데이터 통신 시장에서 해외에 밀리기 시작하더니 2009년, 2010년은 ‘위기론’까지 제기됐다. 유 본부장은 “당시 아무리 데이터 상품을 내놓아도 고객들이 쓰지 않았다, 이러다 고객이 모두 떨어져나가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여기서 고육지책이며 극양처방으로 나온 것이 3G 데이터 무제한이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2010년 초반 SK텔레콤의 한 달 데이터 발생량은 147TB(테라바이트)였는데 지난해 말 1만5000TB(LTE 포함)까지 올라갔다. 지금은 전 세계에서 1인당 LTE 데이터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나라가 됐다.
유 본부장은 세계적 수준의 데이터 기술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까다로운 고객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늘 높은 품질의 데이터 트래픽을 관리하는 게 무척 고통스럽고 힘들지만, 최상 품질을 만들 수 있도록 동기부여가 되는 세계 최고 수준의 고객이 있다는 것은 행운아닌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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