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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가요계 파고든 ‘B급 정서’와 ‘풍자’
[홍동희의 가요올킬]  영화와 드라마, 코미디 프로에서 풍자나 사회 비판 소재는 요즘처럼 어려워진 경제상황이나 부정부패 등 사회가 혼탁해질수록 자주 등장한다. ‘각시탈’이나 ‘추적자’ 등 한류 톱스타가 등장하지 않는 드라마 등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이러한 풍자나 사회 비판 코드와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대중음악계 또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최근 수년간 가요계를 뒤흔든 ‘아이돌 강풍’이 조금 잠잠해지면서 주류에서 벗어난 ‘B급 정서’를 반영한 노래들이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이 ‘B급 정서’가 사회 풍자와 결합하면서 주류 문화로는 채울 수 없었던 가려운 구석을 긁어줘 마니아 층을 넘어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다.

몇 해 전 엽기 코드나 저급한 가사로 가요계 ‘B급’ 바람을 일으켰던 노라조나 장기하와 얼굴들 때와는 또 다르다는 점이다. 단지 가사 자체가 코믹하거나 가수들의 복장이 엽기적인 수준을 넘어서 요즘은 직설적인 화법과 사회 비판의 목소리까지 담고 있다. 게다가 코미디 프로에서 사회 풍자 개그로 웃음을 주던 개그맨들이 직접 가수로 변신했다는 점도 이전과 다른 특징이다.

힙합가수 데프콘과 함께 팀을 꾸려 가요계에 도전장을 내민 개그맨 정형돈, 실제 KBS ‘개그콘서트’ 인기 코너인 ‘용감한 녀석들’에 출연 중인 신보라, 박성광, 정태호, 양선일, UV로 이미 음반 활동을 시작한 유세윤 등은 현재 주요 음원 차트에서 빅뱅, 원더걸스, 아이유, 지나, 백지영 등 인기가수들과 경쟁 중이다.

일부 매체에서는 이런 개그맨들에게 ‘개그맨’과 ‘가수’를 합친 합성어인 ‘개가수’라 칭하기도 한다. 이들은 고상한 옷차림이나 아름다운 연애 스토리와는 거리가 멀다. 장르 또한 일렉트로닉 댄스에서 갱스터 랩까지 다양하고 80~90년대 복고 정서를 차용해 40대 이상 중년층에게까지 어필하고 있다.

이들에게 과거 60년대 ‘히피 문화’로 대표되는 저항정신을 기대하는 대중은 드물겠지만, 지금의 ‘B급’ 가요들이 단지 일회용 웃음 상품으로만 치부하기도 어렵다. 멀티 엔터테이너 시대에 개그맨이 노래하는 모습은 더 이상 비난의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이들 ‘B급’ 가요가 음악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기도 한다. 비록 저급한 가사와 옷차림이 웃음거리로 취급받지만 음악적 완성도는 기존 주류 음악과 비교해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많은 가요전문가들의 평가다.

‘B급 정서’로 포장한 단지 상업성만을 내세운 아류작들이 가요계를 혼탁하게 만들지만 않는다면 이러한 음악들은 국내 가요계에서 당당하게 ‘서브 컬쳐’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가온차트 팀장(dheeh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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