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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버스토리> 한류의 마에스트로, 프로듀서…상상력에 비즈니스를 입히다
시리즈를 시작하며
최상위 개념은 총제작자
기획에서 투자·제작·배급 총괄
경영자이면서 동시에 창작자
SM 이수만도 직함은 프로듀서

이젠 프로듀서 시스템 유무가
대중문화 수익모델 평가 잣대

한국선 1990년대 중반이후 안착
지금의 한류 꽃피운 원동력




소녀시대와 슈퍼주니어가 공연한 프랑스 파리에서도, JYJ가 첫 상륙한 칠레 산티아고에서도 K-팝(Pop)팬들은 유럽과 남미의 10~20대 청년층이었다. 대한민국의 대중문화 스타와 콘텐츠가 세계 젊은이들의 문화 속으로 서서히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은 한류의 역동성과 가능성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세계는 콘텐츠 전쟁이라고 할 만큼 대중문화예술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집계한 전 세계 콘텐츠 시장 규모를 보면, 상위 15개국이 세계 국내총생산(GDP) 상위 15개국과 거의 일치한다. 미국이 1위이며 일본 독일 중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순이다. 한국은 2010년 기준으로 9위에 올라 있다. 예외는 멕시코뿐이다. 콘텐츠 시장 규모 상위 15개국은 전 세계의 84.2%를 점유하고 있다. 결국 부국과 선진국들이 규모가 큰, 서로의 시장을 한 뼘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서 싸우는 전쟁터가 콘텐츠 산업 분야라고 할 수 있다. 20세기 콘텐츠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며 세계를 지배했던 미국은 2000년대 이후 30% 수준으로 떨어졌고, 일본과 유럽은 노쇠 현상이 뚜렷하다. 가장 성장률이 두드러진 국가는 한류 열풍의 대한민국과 신흥 경제부흥국인 브릭스(BRICsㆍ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다. 그중에서도 한류가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북미 중남미에서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콘텐츠 산업의 타깃층은 15~44세다. 이 연령그룹은 광고주에게 가장 매력적인 그룹으로, 영화ㆍ음악ㆍ비디오게임ㆍ인터넷 접속ㆍ소비자 잡지에 대한 1인당 평균 소비 지출이 45세 이상보다 매우 크다. 콘텐츠 시장 규모 상위 15개국의 중위 연령(중간 연령대)을 보면 일본(44.6세)과 이탈리아(44.3세)가 가장 높고, 브라질이 28세로 가장 낮다. 한국은 37.9세로, 중국(35.2세) 미국(36.8세) 호주(37.5세)의 뒤를 잇는 ‘젊은 나라’다. 소비자들의 연령층은 모바일ㆍ인터넷 등 디지털이 대중문화 콘텐츠 산업을 좌우할 핵심적인 기술로 떠오르면서 더욱 중요해졌다.

지난해 미국의 콘텐츠 시장 규모는 4431억달러(516조원)로 추산된다. 대한민국 GDP(1조1638억달러)의 40%에 육박하는 수치다. 지난해 미국 영화 중 가장 돈을 많이 번 영화는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2부’로, 전 세계 흥행 수입 13억2811만달러를 기록했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어마어마한 흥행 뒤에는 미국을 대표하는 영화사 중 하나인 워너브러더스가 있었고, 회사는 8편의 시리즈로 총 77억61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해리포터’의 모든 작품에는 공통되는 이름들이 많지만 그중 하나가 총제작자인 라이어널 위그램으로, 워너브러더스의 수석 부회장이다. 지난해 전 세계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한 ‘트랜스포머 3’의 총제작자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며, 3위인 ‘캐리비언의 해적: 낯선 조류’는 부에나비스타였다. 부에나비스타의 모기업은 미국 영화사를 대표하는 월트디즈니 사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핵심이 스타와 콘텐츠라고 할 때 이들을 만들어내는 힘은 과연 무엇일까. 스타와 노래ㆍ영화ㆍ드라마 등 작품이 꽃이고 열매이며 결과라면, 뿌리는 ‘크리에이티브’ 즉 상상력을 구현하는 사람들, ‘프로듀서’다. 국내에선 프로듀서가 주로 촬영ㆍ제작 현장을 지휘하거나 관리하는 인력을 뜻하고 ‘방송연출자’의 개념으로 많이 쓰이지만, 전자는 ‘라인 프로듀서’, 후자는 ‘연출자’ 혹은 ‘감독(director)’이라고 표현해야 옳다. 프로듀서의 가장 상위의 개념은 총제작자 혹은 책임프로듀서(executive producer)다. 책임프로듀서는 작품의 기획부터 투자ㆍ제작ㆍ배급ㆍ마케팅까지 총괄 지휘하는 직책이다. 자본과 인력을 동원하고, 비즈니스와 크리에이티브를 결합시킨다. 경영자의 역할과 창작자의 임무를 동시에 수행하는 콘텐츠 제작의 ‘핵’이다.

영화ㆍ방송ㆍ공연ㆍ음악 등에서 ‘프로듀서 시스템’이 갖춰졌느냐의 여부는 한 나라 대중문화의 산업화 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 기준이다. 국내에선 영화와 가요ㆍ방송계에서 프로듀서 시스템이 갖춰지고 극장이나 음반사ㆍ방송국과는 별개의 ‘콘텐츠 기업’들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 1990년대 중반이다. 영화ㆍ음반 시장에 대기업 자본이 진출하고 케이블TV가 출범하면서 국내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빅뱅’이 일어난 시기와도 일치한다. 이를 기반으로 프로듀서 시스템이 안착한 10여년이 2000년대 중반부터 꽃피우기 시작한 한류를 만든 원동력이었던 것이다.

가요계에선 이수만의 SM이 95년 출범하면서 음반 제작ㆍ유통사가 주도하던 대중음악 시대에 종언을 고했다. SM 출범 이듬해엔 ‘현기획’이 등장했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멤버였던 양현석이 설립한 회사로, YG엔터테인먼트의 전신이다. 그리고 97년 인기 가수 박진영이 JYP엔터테인먼트를 세움으로써 현재와 같은 가요계 삼두시대를 열었다.

한국 영화에서는 80년대 말 외화 직배가 허용되고 영화사 설립이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뀌는 자유화 시대가 되면서, 90년대 초반 프로듀서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갖춰졌다. 극장업자들이 영화의 투자와 제작ㆍ배급을 모두 겸했던 시대가 끝나고, 삼성 대우 등 대기업 자본이 영화계에 들어오면서 전문 기획제작자들이 필요해졌다. 이때 대거 등장한 젊은 감각의 프로듀서들이 한국 영화의 전성기 발판을 마련했다.

그리고 95년 제일제당이 제프리 카젠버그, 스티븐 스필버그, 데이비드 게펜 등 할리우드의 거물급 프로듀서가 창립한 회사 드림웍스에 3억달러를 투자하며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뛰어들었고, 2000년 CJ엔터테인먼트로 간판을 올리면서 한국 대중문화 산업은 일대 전환을 맞게 된다. 그 주역은 할리우드에 ‘미키 리(Miky Lee)’로 소개된 프로듀서 이미경 부회장이었다. 프로듀서의 힘은 콘텐츠의 질과 내용을 좌우함으로써 고유의 작품 세계로 동시대의 대중과 호흡한다는 데 있다. 한국의 월트디즈니나 드림웍스를 꿈꾸는 ‘크리에이티브 코리아’의 주역들, 콘텐츠기업과 프로듀서들은 누가 있을까. 헤럴드경제는 그 주역들을 차례로 조명하는 기획 시리즈 ‘크리에이티브 코리아의 주역-K팝의 킹메이커’를 마련했다. 그 첫 번째는 CJ E&M과 이미경 부회장이다. 


<이형석 기자>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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