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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축구도 이제 만화축구다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한국 축구가 만화 축구의 경지에 도달했다.

만화 축구란 만화에서나 나올 듯한 환상적인 플레이에 기반한 축구를 한다는 의미다.

주로 메시나 호날두처럼 세계적 스타들이 이런 만화 축구의 주인공들이다.

팀으로는 월드컵 우승에 빛나는 세계랭킹 1위 스페인, 메시가 뛰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FC바르셀로나 정도는 돼야 만화 축구라 불러줄 만하다.

그런데 이제 한국 축구가 그 만화 축구에 근접하고 있다.

12일 일산에서 열린 레바논과의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 예선전.

김보경이 넣은 두 골은 만화 축구의 전형이었다.

두 골은 각각 아주 다른 성격의 골이었지만, 모두 만화 축구라 할 만큼 환상적 기량에 의한 골이었다.

전반 30분경 터진 김보경의 첫 골은 옛날 아르헨티나가 선보인 완벽한 패스 연결에 의한 골과 흡사해 보였다. 한국팀은 수비 진영에서부터 빠른 패스로 공을 사방으로 돌리다가 미드필더 진영, 그 다음 공격 진영으로 치고 올라갔다. 적 진영 깊숙이 들어간 이근호는 다시 골대 앞 김보경 앞으로 센터링을 올렸고, 김보경의 회심의 일격. 골키퍼가 손을 갖다 댔지만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골망으로 쑥 빨려들어간 환상적 골이었다.

상대편인 레바논은 한 번도 공을 건드려 보지 못한 채 결국 골망을 뒤흔드는 공을 멍하니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후반 3분경 터진 김보경의 두 번째 골은 앞의 첫 골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만화 축구를 선보였다.

후반 시작하자마자 레바논의 강한 반격이 이어졌다. 전반전에 허용한 1골을 만회하기 위한 총력전을 펴는 듯했다.

이럴 때 한국 축구는 전반전과는 전혀 다른 만화 축구를 선보였다.

강한 반격을 펼치는 레바논으로부터 공을 빼낸 한국 수비는 상대의 허를 찌리는 빠르고 긴 쓰루 패스를 적 진영으로 찔러넣었다. 그 자리에는 바람같이 달리는 김보경이 있었다.

보통은 이 정도 장면을 연출한 데 만족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날은 달랐다. 쏜살같이 달리던 김보경은 무주공산이 된 적 진영의 여유를 느낄 새도 없이 질주해 상대 골키퍼 앞에 당도했고 빠른 왼발슛을 날렸다. 레바논의 골대가 다시 한 번 출렁거렸다. 골이었다.

구자철의 세 번째 골도 만화 골이었다. 이동국의 헤딩이 상대 수비수에 맞고 나온 공을 상대편이 잡자 구자철이 골문 앞에서 가로챈 뒤 강슛을 날려 쐐기골을 넣었다. 골문 앞에서 상대의 공을 이렇게 가로채기란 쉽지 않다. 만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이날 넣은 세 골을 통해 전혀 다른 스타일의 만화 축구를 선보였다. 한 번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상대편이 손 쓸 여유를 철저히 배제하며 상대 수비를 완벽하게 무너뜨리는 만화 축구에 의한 골, 또 한 번은 분위기 반전을 위해 총력을 다하는 상대팀의 허를 찌르는 빠른 역습에 의한 골, 마지막 골은 만화같은 가로채기에 의한 골이었다.

이 모든 게 마치 만화같이 이뤄졌다. 신임 최강희 감독이 부임한 뒤 한국 축구는 만화 축구를 구사할 줄 아는 팀으로 거듭났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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