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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의 정치도발…從北아닌‘從僕 프레임’으로 깨야
정치는 언어다. 그래서 20세기 최고의 언어학자로 꼽히는 노엄 촘스키도 때로는 정치사상가로 분류된다.

미국의 인지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는 2004년 발간한 책 ‘코끼리는 생각하지마(Don’t Think of an Elephant)’에서 프레임 이론(frame theory)을 소개했다. 프레임이란 정치ㆍ사회적 의제를 인식하는 과정에서 본질과 의미, 사건과 사실 사이의 관계를 정하는 직관적 틀을 뜻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전략적으로 짜인 ‘틀’로 대중의 사고 ‘틀’을 먼저 규정하는 쪽이 정치적으로 승리하며, 이를 반박하려는 노력은 오히려 프레임을 강화시켜주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진보성향으로 분류되는 DJ와 노무현 정부를 지나며 ‘척결’의 대상으로만 보던 북한 체제를 ‘변화와 설득’의 대상으로 보려는 프레임이 만들어졌다.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사건 같은 남북 간 물리적 충돌을 겪으면서도 프레임의 다양성은 비교적 유지됐다. 그런데 오는 12월 대선을 앞두고 터진 통합진보당 사태로 북한을 바라보는 프레임의 다양성 시대는 끝이 난 듯하다.

국익에 도움되는 대북관계의 프레임을 다양하게 모색하는 게 아니라, 종북(從北)이냐 아니냐를 강조하는 획일적인 프레임만 득세하고 있다. 한 마디로 ‘종북 프레임’ 시대다.

미국의 매카시즘이, 중국의 문화대혁명이 그랬던 것처럼 사상을 펼치는 정치가 아니라 정치에 사상이 악용되는 게 현실이다. 최근의 ‘종북 프레임’도 국익을 위한 대북정책 모색과정이 아니라,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정략에서 비롯됐다. 그래서 북한이 종북 프레임의 흑백논리를 더 부추기는 ‘역(逆) 종북 프레임’으로 남한 내 혼란을 꾀하려 나선 것이다.

북한은 지난 11일 새누리당의 대선주자인 박근혜ㆍ정몽준 전 대표, 김문수 경기지사를 겨냥해 “남측의 전직ㆍ현직 당직자와 국회의원이 평양에 와서 한 모든 일과 행적, 발언을 전부 공개할 수 있다”고 했다. “공개하면 남조선 사람이 까무러칠 것”이라고도 했다.

타이밍이 절묘해 정치권도 북한의 술수에 말려들고 있다. 북한의 한마디에 일부 언론과 대선주자가 단번에 ‘발끈’했다. 북한 지도부에서 봤을 땐 ‘요거이 봐라’하며 쾌재를 부를 일이다.

프레임 이론에서 프레임을 반박하려는 노력은 오히려 그 프레임을 강화시켜준다고 한다. 북한에 반박하려는 노력은 되레 북측의 프레임을 강화시켜줄 수 있다. 아예 상대를 안 하는 게 맞지만, 몇 달 새 정치권이 워낙 종북 프레임을 강하게 밀어붙인 탓에 그러기도 어렵다.

방법은 정치권이 종북 프레임을 그만두는 것 뿐이다. 획일적 사상 프레임으로 치른 선거는 이후 국민 간 대립과 반복이라는 후유증을 피할 수 없다. 국민이 정치권에서 확인하고픈 것은 ‘누가 종북이냐’가 아니라 ‘누가 국민의 종복(從僕)이냐’다.

또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ㆍ공존을 위한 부단하고 폭넓은 노력과 방법, 이념적 모호성으로 대한민국 국회의원으로서의 자질시비를 빚고 있는 사태는 반드시 구분돼야 한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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