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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기 ‘규제 전봇대’ 뽑아도 뽑아도 끝이 없네
중진공, 정책 중개업무 분석

한달 평균 146건 애로 접수



#1. 경기도 포천에서 인조모피를 생산하는 K사. 지난해 유해물질 검사를 하면서 걱정이 많았다. 검사에 불합격할 경우 재검 대기시간이 길어서 계획된 수출 납기를 맞추기 어려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섬유나 가죽제품은 안전품질 표시품목으로 직물검사가 의무화해 있으나 동일 제품, 동일 시료인데도 연구소별로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게 다반사. 심지어 같은 연구소에서도 같은 시료에 대해 검사 시점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결국 K사는 외국계 연구소에서 유해물질 검사를 받았다.

#2. 토목용 부직포를 제조하는 강원도 원주의 G사는 공공기관 납품을 위해 조달청 입찰에 참여할 때가 많다. 그런데 최종 낙찰을 받아도 적정한 공사 수행을 위한 실행예산을 짜기 어려운 경우가 있었다. 발주기관에서 사업비를 줄이기 위해 표준품셈상의 물량을 임의로 조정하거나, 물가가 많이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거래실례가격과 이전가격을 그대로 인정해 지나치게 저가로 예정가격을 산정하기 때문이다. 예정가격의 결정기준이 명시돼 있는 국가계약법 시행령에는 예정가격 결정 시 계약수량, 수급상황 등 제반 여건을 참작할 수 있게 돼 있다. 하지만 일부 발주기관에서는 여건 참작은커녕 예산절감 등을 목적으로 예정가격을 과도하게 저가로 산정하고 있는 것이다.

#3. 중소기업 근무 외국인 근로자는 주로 비전문취업(E-9), 선원취업(E-10), 방문취업(H-2) 등의 비자로 국내에 취업 중이다. 비전문취업 비자로 취업한 경우 입국일로부터 최대 4년 10개월까지 체류할 수 있다. 체류기간이 만료돼 장기체류하고자 하는 외국인을 위해 거주비자(F-2)로 변경이 가능하도록 제도는 마련돼 있으나 취득 조건이 너무 엄격해 실효성이 없어 많은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개선을 요구해왔다.

‘규제 전봇대’가 뽑아도 끝이 없다. 정책은 완비돼 있으나 실행과정에서 기술적 여건 갖춰지지 않아 실효성이 없거나 기관간 규정이 달라 발생하는 규제애로도 적지 않다. 제도상 행정애로를 비롯해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기간애로, 기관 간 해석의 차이로 발생하는 기준애로, 각종 인증제도 획득에 따른 인증애로 등 끝이 없기 때문이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하나같이 어렵고도 품이 많이 드는 일이다.

중소기업이 호소하는 규제애로는 각종 인허가 사항을 비롯해 외국인력 운용, 품질ㆍ안전관리기준 적용, 가업승계, 공공기관 분리발주, 유해물질검사, 지역균형발전 등 다종다양하다. 업종은 물론 업태, 규모, 소재지별로도 각종 규제가 달리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런 애로는 한 정책 중개기관의 업무처리에서도 확인된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지난해부터 정책중개 업무를 15개월 동안 해본 결과 매월 평균 146개꼴로 규제애로가 접수됐다. 중소기업옴부즈만이 종합적인 규제개선을 전담하고 있으나 현장에서는 상황에 따른 규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달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도 규제와 관련한 ‘기업애로 해소방안’이 건의돼 휴폐업신고 간소화, 환경영향평가 협의기준의 합리적 운용, 전문연구요원의 중견기업 배정 등 25건의 과제에 대해 연내 개선하기로 의결했다.

중진공은 31개의 지역조직을 활용해 지난해부터 정책중개를 실시, 규제와 관련한 중소기업 애로사항과 건의사항을 수집하고 있다. 그동안 2195건의 애로사항을 발굴하고 이 중 93건을 관계부처에 건의해 14건이 개선됐다.

권태형 중진공 산업전략실장은 “업무 중개를 하다보면 현장에서 발생하는 실질적인 애로가 적지 않다”며 “올해는 이 기능을 더욱 확대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조문술 기자>
/freihei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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