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부터 계열 분리를 추진하고 있는 금호석유화학이 기업 이미지(CI) 교체 작업을 올 초 중단했다.
금호석화는 지난해 초 ‘독립 경영’을 선언한 뒤 금호아시아나 로고인 ‘윙(wing)’ 마크도 사용하지 않고, 사옥을 오는 9월 서울 수표동 시그니처타워로 옮기기로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박찬구<사진> 회장이 검찰에 소환되는 등 ‘외환(外患)’이 있었고, 경영 정상화가 우선이라는 생각 아래 ‘CI 작업’을 잠시 접었지만 향후 진행 예정이라는 것이 금호석화 측 전언이다. 하지만 금호석화가 향후 ‘CI 작업’을 마치더라도 ‘금호석유화학’이라는 사명은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이 ‘CI 작업’ 실무진에게 내린 ‘금과옥조(金科玉條)’ 때문.
회사 관계자는 “실무진에서는 금호의 이니셜을 딴 ‘KH케미칼’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금호(錦湖)라는 상호가 선친인 박인천 창업주의 이름(아호)이고 창업 정신을 담고 있는 만큼 이를 양보할 수 없다는 것이 박 회장의 뜻이었다”며 “‘금호석유화학’은 세계 업계에서도 브랜드 가치가 커 계속 사용하는 게 실익이 있다”고 밝혔다.
박인천 창업주는 1973년,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지주회사를 설립해 그룹을 출범시켰다. 지주회사의 이름은 자신의 아호를 딴 금호실업이었다. 박 회장은 이 같은 창업주의 정신을 이어받음은 물론 향후 정통성 대결에서도 금호아시아나에 뒤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엿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신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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