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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런닝맨’, 광수 석진 캐릭터도 탄력받는 단계

[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SBS 일요 버라이어티 예능 ‘런닝맨’은 출발은 미약했다. 하지만 100회를 코앞에 둔 지금은 정착의 단계를 넘어 중독되는 단계에 들어섰다. ‘닥본사’(닥치고 본방 사수)를 하는 시청자가 부쩍 늘었다. 초중학생들은 ‘런닝맨’ 놀이를 즐긴다. ‘런닝맨’은 특급 게스트에 의존하지 않아도 시스템만으로 인기 주말 예능의 자리에 올랐다.

이를 가능하게 했던 건 끊임없는 변화와 진화다. 처음에는 도심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특정 공간을 뛰어다니며 단순한 게임들을 수행하면서 제작진이 숨겨 놓은 런닝볼을 하나씩 찾는 추격전이었다. 그러다 개인전 또는 팀전으로 멤버의 등 뒤에 붙은 이름표를 뜯어 승자를 가리는 방식으로 바뀌었지만 심심한 면이 있었다.



지금은 이름표 뜯기라는 기본 포맷은 유지하되 지능적인 심리게임으로 정착했다. 두뇌싸움은 더욱 치열해졌다. 처음부터 끝까지 단계별로 물고 물리는 접전을 펼치게 돼 80분 내내 긴장의 흐름을 유지할 수 있다. 지난 연말 방송된 초능력자 특집은 유치한 듯 하지만 스릴과 재미를 확실하게 책임진 최고의 콘텐츠였다. ‘롤롤’과 함께 활보하며 분신술을 선보인 개리가 송지효에게 잡혀 감옥에 갇혔지만 시간지배 능력을 활용한 하하 덕분에 살아나 공간지배자인 유재석과 경쟁을 벌여 우승한 것은 최고의 반전이었다. 초능력자 특집은 이후에도 곳곳에 패러디돼 살아움직이고 있다.

최근 방송된 걸그룹과의 웨딩 레이스와 기대 이상의 예능감을 보여주었던 박지성 특집, ‘기묘한 수학여행’이라는 콘셉트로 펼쳐진 좀비 레이스 등은 모두 호평을 받았다.

게임의 흐름이나 승부는 좀체로 예상하기 힘들다. 제작진의 개입은 최소한으로 하되 출연자들이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변주를 즐겨야 한다. 그래서 예상하지 못하는 대로 가는 게 ‘런닝맨’의 매력이다.

‘런닝고’와 ‘좀비’들이 승부를 펼친 좀비 레이스는 1차원적인 룰이 다변화된 룰로 바뀌어져 상황에 대한 예측을 더욱 불가능하게 했다. 일반적으로 상대의 이름표를 떼면 자신은 승자가 되는데, 좀비 레이스는 누가 아군이고 누가 적군인지 구분하기가 어려워 한 번 죽어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 

‘런닝고’ 멤버들은 특수용액이 담긴 물총으로 이름표를 쏴야 좀비를 퇴치할 수 있었다. 잘못 쏘다가는 아군을 죽일 수도 있다. 결국 홀로 남은 유재석이 별 힘을 못 쓰고 모체 좀비 개리와 좀비가 된 송지효의 공습에 좀비의 승리로 막을 내려 마지막에 긴장도가 떨어졌지만,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었다.

이렇게 되자 ‘런닝맨’이 펼쳐지는 공간은 초기에는 홍보 효과를 노리려는 의도가 보이는듯 했지만 이제는 지형지물을 활용하는 게임 내용으로 공간과 게임이 완벽하게 매치되는 단계에 이르렀다.


‘런닝맨’이라는 게임 버라이어티에서 공헌도가 가장 높은 인물은 ‘유혁’ ‘유르스 윌리스’ ‘유임스 본드’ 등의 캐릭터를 지닌 유재석이다. 멤버들을 워낙 잘 끌어주는 유재석은 나무와 숲 모두를 볼 줄 안다. 하지만 다른 멤버들의 캐릭터도 힘을 발하고 있다. 개리와 김종국 못지않게 이광수와 지석진도 빛을 발하고 있다.

이광수는 ‘호랑이’ 김종국과 만나면 ‘기린’이 돼 콤비를 만들어 내고, 지석진과는 ‘이지브라더스’ 캐릭터로 재미를 준다. 이광수는 줄다리기 대결에서 상대편 능력자 김종국의 엉덩이를 향해 발길질을 했다. 그리고 게임이 끝나자마자 아무 말 없이 김종국에게 무릎을 꿇었다. 이광수는 박지성이 출연한 태국편에서 팬에게 기린 인형 선물을 받을 정도로 동아시아에서 인기다.

‘왕코형님’ 지석진은 항상 가장 먼저 이름표가 제거돼 아웃돼 버리는 무존재감 형이었지만 현실감 있는 캐릭터로 힘을 발하고 있다. 토크쇼 진행에는 일가견이 있는 지석진은 직접 플레이어가 돼 뛰는 버라이어티는 처음이나 다름없다. 이제는 진행 욕심을 버리고 프로그램에 자연스레 녹아들고 있다.

소속사 사장과 교재하는 송지효는 개리와 펼친 ‘월요커플’의 힘은 약화됐지만, 꾸밈 없이 망가질 줄 알고 두뇌플레이도 가능해 긴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다. 송지효는 번뜩이는 재치와 기지로 항상 방송에서 쓸만한 분량을 만들어 낸다는 게 조효진 PD의 설명이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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